4·3 폄훼 발언으로 공분을 산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가 당 지도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 재차 구설에 올랐다.

김 최고위원은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 대표와의 약속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일련의 징계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사태의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불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추념식 다음 날인 4월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 옹호 발언을 했다.

당시 방송에서 “대통령은 삼일절과 광복절 정도 참석한다. 4·3은 이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발언했다.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4·3추념일의 격이 떨어진다는 발언이 나오자, 4·3유족을 포함해 도민사회는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여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공산당 발언까지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자, 김 최고위원은 4월20일 제주4·3평화공원을 직접 찾아 4·3유족과 4·3단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4·3에 대한 국민의힘 공식 입장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면서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부 4·3단체 대표단은 김 최고위원의 태도에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결국 김 최고위원은 5월10일 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출마가 힘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당시 김기현 대표가 한 달간 자숙하고 조용히 있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사실상의 징계라고 봤다.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더니 악마화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부의 요청으로 광주도 다녀오고 제주도 다녀왔던 것”이라며 앞선 4월 제주에서 진행한 4·3유족들에 대한 사과가 지도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당 대표의 요청을 따랐지만 지도부의 한 축인 사람(본인)을 징계해 버렸다”며 “일종의 순망치한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이와 관련해 2일 논평을 내고 “희생자와 유족 앞에 사과했던 것은 지도부의 요청에 의한 억지 사과였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최고위원은 잘못을 깨닫고 사죄를 표명하러 제주를 찾은 것이 아니다. 징계를 피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도민 기만 행태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라”며 “제주도당도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4·3 왜곡‧폄훼에 대한 재발 방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