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미완의 행정체제 개편] ③ 한 자릿수 차이 단일안, 본말 전도 우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 결과 '기초자치단체 부활-3개 구역안' 선호안이 확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실시되는 주민투표안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민사회의 우려가 적지 않다. 숨가쁜 일정 속 '부실 연구'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고, 한 달 사이에 선호도가 급격히 뒤집히는 여론조사 결과물도 불안감을 자아낸다. 불과 5.5대 4.5로 엇갈린 선택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뒤따른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연구를 매듭짓는 과정의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진단한다. /편집자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 결과 '기초자치단체 부활+ 3개 구역안'이 최종 대안으로 선택됐지만, 이를 '제주도민의 총의'라고 판단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앞으로의 대중앙 절충 과정에 있어서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남게 됐다.

도민참여단 320명 중 64.4%(206명)는 '시군 기초자치단체', 35%(112명)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택했다(무응답 2.7%). 적합한 행정구역의 개수에 대한 질문에는 55%(176명)는 '3개 구역', 42.5%(136명)는 '4개 구역', 2.5%는 '무응답'으로 나타났다.

계층구조에 대한 응답이 6.5대 3.5로 갈린 것도 복기가 필요하겠지만, 5.5대 4.5로 갈린 행정구역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차범위를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어서 사실상 도민사회의 의견이 '반반'으로 엇갈린 결과다.

3개 구역안 선호 이유는 △인구, 면적, 세수 등 지역 균형발전 가능 △도농복합시로 도시와 농촌 골고루 발전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른 도민 수용성 높음 등이고, 4개 구역안 선호 이유는 △지역경쟁 기반 구축 및 동서지역 발전 가능성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정책 추진 가능 △읍면 청사 배치로 행정기관 접근성, 주민 참여도 좋음 등이다.

각각의 대안은 나름의 뚜렷한 논리가 있고, 장단점도 명확하다. 어떤 형태를 적용하냐에 따라 도민사회에 미칠 파급력도 막대할 수 밖에 없다. 5.5대 4.5로 갈린 대안을 '도민사회의 총의'로 봐야할 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최종 단계에서 중앙부처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할 제주도로서는 '미완의 합의'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행정안전부 차원에서도 도민의 합의된 의견을 마냥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행안부도 제주에서 진행중인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합의안이 도출될 시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도민사회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는 점은 행안부의 방어 논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행안부는 줄곧 단일체제로 출범한 특별자치도가 기초자치단체 형태로 회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간 제주가 가져간 특례가 상당했던 것은 단일체제 모델 도입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논리는 일부 정치권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안전장치로 삼으려 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 연내 처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당시 여론조사는 반면교사 사례로 남아있다.

제주연구원의 전신인 제주발전연구원은 2005년 1월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혁신안에 대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제주시+북군, 서귀포시+남군' 등 2개 통합시를 두는 안이 40.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는 곧 현 특별자치도 행정체제를 구성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당시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 구역안 선호도는 30.7%,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구역안 선호도는 25.9%였다. 4개 구역안 선호 비율 합계는 56.6%에 달했다.

과반을 넘지 못한 대안의 적용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현 2개 행정구역을 개편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의견이 첨예한 사안을 대함에 있어 다수결은 그나마 합리적인 방안으로 채택되곤 했다.

다만, 지금과 같이 제주의 백년지대계를 모색해야 할 행정체제를 몇 % 차이로 결정해야 하는지는 부담이 따른다.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거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오영훈 지사의 공약에 따라 2026년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새로운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주민투표안이 확정돼야 하고, 내년 4월 총선 직후 주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

시일에 쫓겨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하게 되면 자칫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7일 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종 도출된 대안이 도민의 합의된 의견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주민투표를 하기 전에 다시 여론수렴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개위 관계자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도민 100%가 알 때까지 논의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지금 보면 57% 정도로 올라와 있다. 인지도나 이해도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0여년 간 논의돼 왔고 격론을 거쳤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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