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 사후 호적 입적 ‘효력’ 인정 문구 삭제된 채 법사위 계류

국회에 계류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반쪽짜리’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 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과 행정안전부의 개정안을 통합 심사한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의결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태로, 여·야 정치권의 대립으로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4.3때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에 대해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의 확인을 받아 그 직계비속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4.3희생자의 양자나 사후양자로 입양신고를 못한 사람도 위원회의 확인을 받아 입양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희생자가 사망한 이후 신고된 혼인신고나 입양신고는 무효인데, 제주에서는 4.3의 광풍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사례가 많다. 남편이 군경에 끌려간 후 소식이 없자 고향에 남아 있는 아내가 임의로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한 사례 등이다.  

4.3 때 억울하게 군사재판을 받고 대전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유족들이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원고 중 일부는 희생자의 배우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판례도 있다.

4.3희생자가 사망한 이후 혼인신고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엄연히 배우자로 등재된 4.3유족임에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모순이다.

당시 승소 판결에 따라 희생자 당사자는 위자료 8000만원, 희생자의 배우자는 4000만원 등을 받았는데, 현재 법원은 희생자 1억원, 희생자의 배우자 5000만원 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희생자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후에 이뤄진 혼인신고나 입양신고, 그 혼인신고에 기초해서 이루어진 출생신고를 바로 잡을 수가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4.3특별법 시행령 제13조에는 4.3사건으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경우에는 4.3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절차에 의해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을 정정할 수 있다.  

제주도정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4.3특별법이 처리되더라도 사후양자에 대한 기준 등이 모호해 대통령령을 바꾸는 방법 등의 추가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당초 개정안에는 법 개정 이전에 수리된 희생자에 대한 혼인신고, 입양신고 등에 대해 그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삭제돼 반쪽짜리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4.3특별법 개정을 주도하는 송재호 의원실도 인지하고 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해야 할 부분이 많고, 유족마다 사례도 다양해 한꺼번에 아우르는 법 개정은 매우 어렵다. 당초 안에는 관련 내용이 들어갔지만, 정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후양자 효력 조항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급진적인 안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법 개정이 무산되는 것보다는 모두가 동의하는 조항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