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간첩조작사건] 40년 묵은 억울함 풀어낼 ‘한풀이’ 시작…5일 재심 청구서 접수

제주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고(故) 김두홍 씨에게 내려진 잘못된 판결을 되돌릴 ‘재심 청구서’가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고(故) 김두홍 씨에게 내려진 잘못된 판결을 되돌릴 ‘재심 청구서’가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제주의소리

모든 길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고 했다. 억울한 세월이 후대에 와서 진실로 밝혀질 줄 알았을까. 5일 제주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낼 ‘재심’이 청구됐다 

[제주의소리]가 기획 보도한 ‘제주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의 재심 청구가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됐다.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첫걸음이다.

제주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고(故) 김두홍 씨 재심사건 변호를 맡게 된 문성윤 변호사는 5일 오전 고인에게 내려진 잘못된 판결을 되돌릴 ‘재심 청구서’를 접수했다.

고인은 독재정권의 희생양이 돼 만들어진 간첩이 됐고,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거짓에 가려져 살아가다 이제야 그 어둠을 걷어낼 기회를 얻게 됐다. 엉성하다 못해 조악하기까지 한 증거에다 고문을 받은 끝에 ‘간첩’이 된 그였다. 

진실을 밝혀 명예를 되찾기 위한 싸움은 ‘2022 간첩조작사건 피해실태 조사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보고서를 만든 연구팀은 재심 신청을 위해 거쳐야 하는 사전 절차 격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책임을 맡은 김종민 제주4.3사건중앙위원을 필두로 연구팀은 피해자와 유가족이 판결문을 입수하도록 돕고 진실규명 개시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 사실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제2기 진화위 진실규명 신청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실태조사와 함께 피해자 지원을 병행한 것.

덕분에 진화위는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실제로 진화위는 결정서에서 검찰 수사기록, 법원 판결문 및 공판기록뿐만 아니라 조사보고서를 조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주간첩조작사건 피해자 故 김두홍 씨는 한국전쟁에 뛰어들어 조국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이런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진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 간첩을 만들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간첩조작사건 피해자 故 김두홍 씨는 한국전쟁에 뛰어들어 조국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이런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진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 간첩을 만들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는 고인 관련 [일본 여행 중 친척 만났다고 ‘간첩?’…평생 억울함 풀지 못한 사연 일본 여행 중 친척 만났다 간첩 몰린 故 김두홍씨...진실화해위 조사 개시 한국전쟁 참전영웅이 간첩? “우리 영감 저세상에서 보고 이실거여” 이승에 두고 떠난 ‘한’ 비로소 풀릴까, 故김두홍 제주 간첩조작 사건 ‘재심 권고’] 등 보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인은 영장 없이 1982년 7월 20일부터 사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8월 5일까지 17일간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진술을 강요받으며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한 고문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은 자식 이름을 잊어버릴 가혹한 고문을 받아 피폐해진 상태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집으로 돌아와 누가 자신을 잡으러 온다며 보릿대에 숨어들고 조상님이 무슨 소용이냐며 제사상을 뒤집어엎었다. 또 술을 마시고 집 마루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과거 친척의 초청으로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는만들어진 ‘간첩’이 됐다. 무고한 국민을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등 인간의 양심을 저버린, 또 ‘서울의 봄’을 짓밟은 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이었다.

고통은 대를 이어 전해졌다. 두 아들은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 낙방했고,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한 해군사관학교 시험 과정 중 맨 마지막 순서인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연좌제 피해를 겪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억울함의 시작이었던 만들어 낸 ‘간첩’ 관련 진화위는 진실규명 조사를 통해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고문·가혹 행위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인과 가족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고인의 큰아들은 김병현 씨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사건(故 김두홍)’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후 조사가 진행됐고 지난달 19일 진실규명 결정 ‘재심 권고’가 내려져 재심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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