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10대 어젠다] ①제주 제2공항
후보 간 찬반 ‘팽팽’ 자기결정권은 ‘존중’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언론 4사는 선거보도자문단 회의를 거쳐 10대 어젠다와 35개 세부 과제를 확정했다. 제주의소리는 언론 4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기준 삼아 지지율 5%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정책질의에 나섰다. 답변서를 토대로 핵심 어젠다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책선거 유도와 함께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총선 후보들의 제주 제2공항 입장은?...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힘 vs 녹색정의당

2015년 11월 정부는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을 낙점했다. 기습 발표에 주민설명회는 파행을 겪었다. 찬반 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제주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환경부가 2023년 3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하면서 올해 기본계획 수립 고시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기본 실시설계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 장관과 협의가 필수다.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의회 동의를 거쳐 제주도지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2009년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처리 사례에 비춰 격론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제주는 다시 찬반으로 나눠 극심할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절차 이행과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총선 후보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과 접근 방식에서는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시갑] 문대림 “우려 해소부터”-고광철 “반드시 추진”

제주시갑은 현 제주국제공항이 위치한 선거구다. 이에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지역 상권 영향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시에 공항 접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2월 제주의소리 등 언론 4사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응답이 57%로 찬성 38%를 크게 앞섰다. 애월·한림·한경·추자지역은 반대가 60%를 웃돌았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역 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한 환경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문 후보는 “환경과 안전, 수용능력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정리돼야 한다”며 “국내선과 국제선 구분없이 2개 공항을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 해소에 대해서는 “찬반 단체와 제주도, 도의회, 국토부가 참여하는 5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이후 주민투표나 확정된 공론조사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광철 국민의힘 후보는 당론으로 정한 ‘조속한 제2공항 건설’을 강조했다. 대신 연동 등 주요 상권 지역의 반대 여론 고려해 지역상권 수요 분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 후보는 “여론 수렴은 필요하지만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대신 제2공항으로 분산되는 상권 수요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치인들이 제2공항을 정쟁으로 삼아 갈등을 부추겨 왔다”며 “도민 전체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을] 김한규 ‘중립’ vs 김승욱 ‘찬성’ vs 강순아 ‘반대’

제주시을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여론이 치열하게 맞서는 선거구다. 접근성과 상권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특정 여론에 대한 쏠림 현상도 적다.

제주의소리 등 언론 4사가 진행한 1차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 반대한다는 응답이 46%로 오차범위 내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찬반 의견을 내비치지 않고 시종일관 도민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갈등 해소 방식으로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언급했다.

김 후보는 “정치인들이 개인적인 입장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도민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승욱 국민의힘 후보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갈등해소 방안으로는 정부 차원의 종합사업관리 시스템(program management) 도입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동부권 균형발전과 미래 먹거리 성장동력을 위해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종합사업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갈등관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제2공항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갈등 해소 해법으로는 주민투표를 통한 자기결정권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제2공항은 경제적 효과 대신 환경 문제로 인한 제반 비용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제2공항을 포함해 대규모 개발사업은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위성곤 “제2공항 필요”-고기철 “조속히 추진”

제2공항 후보지가 위치한 서귀포시 선거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관련 현안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이번 총선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등 언론 4사가 진행한 1차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60%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인 33%에 머물렀다.

다만 선거구 내에서도 제2공항 예정지에서 멀리 떨어진 대정·안덕은 찬성 45%, 반대 47%로 의견이 절반씩 갈렸다. 반대로 인접지인 남원·성산·표선은 찬성이 70%를 넘어섰다.

현역 국회의원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군사기지화를 선행조건으로 성산 제2공항 추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위 후보는 “제2공항 개발사업은 속도보다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공항이 세워진 이후 지역과 연계한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 해소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 숙의 등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법적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갈등 최소화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기철 국민의힘 후보는 조속한 기본계획 고시 등 속도전을 주문했다. 갈등 해소 해법으로는 공항 운영에 제주도가 참여하는 실질적 당근책을 꺼내 들었다.

고 후보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견 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는 서둘러 기본계획 고시를 하고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지 보상 등과 관련해 주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향후 공항 운영권도 제주도가 행사해 공항 운영의 이익금이 환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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