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10대 어젠다] ② 새로운 지방분권-행정체제 개편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언론 4사는 선거보도자문단 회의를 거쳐 10대 어젠다와 35개 세부 과제를 확정했다. 제주의소리는 언론 4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기준 삼아 지지율 5%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정책질의에 나섰다. 답변서를 토대로 핵심 어젠다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책선거 유도와 함께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2006년 야심차게 출범한 '특별자치' 제주는 명암이 뚜렷했다. 소위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목적으로 국가 존립과 관련된 사무 외에 자율적으로 결정·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지난 16년간 4660건 이양됐다. 모든 권한이 활용된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 스스로 결정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성공 사례로 분류된다. 장기간에 걸친 내부 숙의를 거쳐 자치입법, 자치조직 시스템이 갖춰졌고, 관광·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 제도 개선이 뒷받침됐다. 제주는 지방분권 정책의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고, 변방에 그쳤던 제주는 이 기간 중 '찾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이 됐다.

그러나, 엇갈린 평가도 뒤따랐다. 단일 행정체제에서 제주도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정작 '제주도민'이 행사할 수 있는 자치권한은 오히려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례 없는 형태의 '법인격 없는 행정시'는 주민 책임성 약화, 주민참여 약화, 지역간 불균형 심화, 행정의 민주성 약화 등의 문제를 불러왔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제왕적 도지사'라는 단어에는 이 같은 문제가 함축돼 있다. 출범 10년도 지나지 않아 특별자치도에 대한 의구심이 도민사회 내부에서 터져나왔고, 이후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의 정치이벤트가 펼쳐질 때면 '행정체제 개편' 공약은 단골처럼 등장했다.

민선8기 제주도정에 이르러 그간의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제시한 단일안이 확정됐고,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2026년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제주 국회의원 3인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때가 되면 중앙정부·정치권의 눈치만 바라봐야 했던 특별법 제도개선 구조도 제주의 자치권한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기존에 '받을 것'을 고르던 방식에서 '빼낼 것'을 제외하는 방식의 '포괄적 권한이양' 역시 당선인 3인이 위임받는 주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각 후보들은 제주특별법 개정과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과제에 있어서는 해법을 달리 했다.

[제주시갑] 문대림 "주민투표 순리" - 고광철 "다자협의체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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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제주특별법 제정 이후 6차례의 제도개선 과정을 거치며 적잖은 성과가 있었지만, 제주특별법이 개정될 때마다 입법화되기까지 3~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포괄적 권한 이양은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선 "그간 제왕적 도지사의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기초자치단체 도입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3개 구역안은 다소 아쉬운 점은 있으나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행정체제개편위에서 권고한 것이기 때문에 이 대안을 갖고 주민투표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문대림 후보는 "도민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도민 소통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주민투표 결과 권고안이 채택될 경우를 대비해 도민 혼선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고광철 후보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의 선도모델로서, 제주의 선행모델을 바탕으로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 강원·전북특별자치도 등 지방분권 2.0 시대를 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제주가 밟아 온 지방분권의 발자취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포괄적 권한 이양을 반영해 제주는 다시 앞서가는 선도모델로서 '지방분권 수도'를 조성, 지방분권 3.0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동의했다.

다만, 행정체제 개편에 있어 단순 '주민투표'가 아닌 '다자협의체 구성'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고광철 후보는 "행정체제 개편은 무엇보다 도민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개편이어야 한다"고 전제하며 "개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은 주민투표로 일축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다자협의체 구성을 통한 숙의 과정을 통해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을] 김한규 "구역 재논의 필요" - 김승욱 "강행식 반대" - 강순아 "연동형 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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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는 포괄적 권한이양 특별법 개정에 대해 "도에서도 이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논의 과정부터 국회 처리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구역안에 대해서는 의문을 내비쳤다. 김한규 후보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직접 뽑게 된다면 단체장의 책임성도 높아지고, 도민들께서 투표로 심판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단체장들이 경쟁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다만 "행정구역을 서제주시, 동제주시로 나누는 것이 제주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권, 제주시의 역사성과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방향이 정해졌으면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는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의 자치권 실현에 적극 동의하며 "제주도가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면 3~4년이 걸리지만, 여당 의원이 추진한다면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안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했다.

반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막대한 재원에 대한 조달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도민들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선 반대한다"며 "행정 효율성 극대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체제 개편이라면 동부권 지역의 개발을 먼저 진행하고 개편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승욱 후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여론몰이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명하고 공정하게 도민들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 관리 및 절차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재정 여건을 높이기 위해 JDC 등 공공기관들의 개발이익 환수를 높이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하고, 공공기관들의 지역투자를 높이기 위해 개발이익환수 특례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더해 전면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강순아 후보는 "주민들의 역사성과 민주성을 최대한 반영해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위성곤 "반드시 기초단체 도입" - 고기철 "본격적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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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매해 반복되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정에서 알 수 있는 단계적 부분적 권한 이양방식으로 인해 제도개선에 따른 피로감과 부처 협의 과정에서 핵심과제 제외 등 입법 효능감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한 특별자치 분권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에서도 서귀포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며 "법인격 있는 서귀포시 자치단체 도입이 2026년 7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곤 후보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주민투표 과정에서 도민들간 의견이 달리 할 수 있으나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투표결과에 다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힘을 보태겠다"며 "제주시의 경우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따른 청사 위치, 공직사회 변화 등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는 것은 현실이지만 충분한 사전 설명과 행정적 준비가 이뤄진다면 큰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는 "고도의 자치권, 재정특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다양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이양받을 수 있는 특별법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정 전반을 요구할 수는 없으니 어느 분야를 이양받을 것인지는 제주도청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체제와 관련 "특별자치도의 효력이 당초 목표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자치단체도 특별자치 기능을 갖게돼 제주만의 자치권이 퇴색되고 있다"며 "행정시의 기능과 권한에 대한 도민들의 아쉬움이 있는 만큼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기철 후보는 "현재 제주도청에서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추진할 계획인데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행정시가 자치권을 갖고 그에 따른 지방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당연히 도민의 의견을 듣는 투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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