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80513_152909980.jpg
▲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제주의소리
난민 담당 인력, 통역관 태부족 '허덕 허덕'...난민 신청 외국인들도 버틸 돈 없어 '전전긍긍'

지난 10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오전 일찍부터 난민 신청자들로 북적였다.

최근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로 입국하는 예멘인이 늘고 있다. 원래 난민 신청 업무는 종합민원실에서 처리하지만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3층에 별도로 예멘인 난민 신청 접수를 위한 ‘난민 지원실(REFUGEE APPLICATION)’이 마련될 정도다.

이날 출입국청을 찾았을 때, 우연히 전날 인터뷰를 나눴던 예멘인 M씨(32)와 그의 친구를 마주쳤다. M씨는 벤치에 앉아 난민 신청을 하러 온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6명의 가족과 함께 온 J씨(42). J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출입국청 앞에서 3시간 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KakaoTalk_20180513_152939149.jpg
▲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늘자 3층에 임시로 난민 지원실을 운영 중이다. ⓒ제주의소리

(예멘인)난민 지원실은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삐 돌아갔다.

J씨를 비롯해 그의 가족들도 난민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난민 지원실 관계자 A씨는 “예멘 국적 난민 신청자 수가 급증하면서 (종합민원실이 아닌)이곳에서 예민인만 따로 접수를 받고 있다. 당장은 접수가 급하기 때문에 접수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접수하는 순간 법적으로 (그들은)난민 신청자 신분이 된다. 그들은 체류 자격을 얻고 생계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은 취업 허가가 날 때까지 자비로 모텔이나 여인숙에서 지내야 한다. 제주도에는 난민 신청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에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얼마나 될까.

A씨는 “영종도에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숙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영종도 난민센터는 2014년 2월부터 난민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주 적정인원은 82명에 불과하고 머물 수 있는 기간도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난민 수용 시설은 전국적으로 영종도가 유일하다. 난민 신청 대기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난민 신청자에게 지원되는 생계비 또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난민 신청자의 생계비 지원액은 1인 가구 기준 43만2900원이다. 생계비는 난민법 제40조 1항에 의거해 취업 허가가 떨어지기 전까지 6개월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난민 신청자 모두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는 건 아니다. A씨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생계비는 신청자의 질병 여부, 부양가족 수, 체류기간 등을 기준으로 우선 지급한다”고 밝혔다.

Document-page-001.jpg
▲ 우리나라 난민 생계비 지원액. ⓒ 법무부(난민과)

올해 생계비 지원 예산은  8억1705만원. 1인 가구 기준(2017년 41만9000원)으로 6개월 동안 지급한다고 할 때, 325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다. 하지만 올해 4월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제주도에서만 369명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제주에 난민 신청자는 1000명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작년 우리나라 난민 신청자 수는 9942명. 작년 예산으로 계산하면 생계비 수혜자(325명)는 3.27%에 불과하다. 난민인권센터(NANCEN)가 생계비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칠 법도 하다.

상황은 출입국청도 녹록지 않다. A씨는 “이같은 (난민 신청자)증가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 인원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어렵다. (출입국청은)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추세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난민 담당자 뿐만 아니라 난민 심사 통역관의 수도 태부족하다.

A씨는 “통역원은 난민 심사를 위해 난민 신청자와 1:1 개별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는 난민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제주도에 상주하는 통역관이 없다보니 스케줄을 잡고 난민 신청자들을 불러 심사한다”며 “서울, 부산 쪽에 활동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랍권 신청자가 늘면서 (통역관)인원이 많아도 스케줄 잡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왔을 때 아직도 M씨는 J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KakaoTalk_20180513_152922719.jpg
▲ 난민 신청을 마친 J씨가 종합민원실에서 안내원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앞줄 오른쪽 초록색 옷이 J씨) ⓒ제주의소리
곧 J씨는 접수를 마치고 나왔다. M씨와 J씨는 법적으로 난민 신청자지만 그들은 살 곳을 찾아야 한다. 모텔이나 여인숙에만 계속 머무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M씨가 묵는 숙소의 1일 숙박 비용은 9만원. 다행히 친구 2명이 같이 묵기 때문에 부담은 1/3로 줄지만, 월 33만원은 그의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M씨는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다. 그마저도 편의점에서 산 음식이 전부다.

J씨는 6명의 가족 생계까지 책임지는 가장이다. J씨의 가족은 6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 돈이 없다. J씨 숙소의 한달 거주 비용은 방 하나에 60만원. 한 방에 최대 4명이 지낼 수 있지만 가족이 많아 2개를 빌었다. J씨는 “(6개월 동안 지낼) 충분한 돈이 없기 때문에 서울(영종도)에 있는 (난민)센터에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관계자로부터 들은 영종도의 난민센터 사정을 얘기하자 J씨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