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손가락...생존권 앗아간 학교급식 노동현장
잘려나간 손가락...생존권 앗아간 학교급식 노동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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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진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선전국장
제주지역 모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감량기에 손가락이 절단된 학교급식노동자.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에 손가락이 절단된 학교급식노동자.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주의소리

노동자에게 손가락은 노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다.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손가락을 잘린다는 것은 육체의 훼손이자, 노동능력의 훼손, 그래서 생존 그 자체의 문제이다. 산업재해는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한다. 

△2018년 10월 손가락 중지 일부 절단
△2019년 5월 손가락 검지 일부 절단 
△2019년 12월 손가락 3개 골절
△2020년 5월 손가락 4개 절단
△2021년 10월 손가락 2개 절단

지난 10월 제주 모 중학교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에 의해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되는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다. 최근 3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다섯 명이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에 의해 손가락이 잘리고 베이고 부러졌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였다. 

고통 그 자체였다. 첫 번째 사고 피해 급식노동자는 “어디 손 내밀고 가질 못하겠어요. 이렇게 궂은 날엔 막 손이 시려요, 막 아프고”라고 호소했다. 사고 나는 순간은 이렇게 말했다. “감량기 청소를 하다가 테두리를 닦는데, 순식간에 돌아가서 그게 그렇게 됐거든요. 정지버튼을 눌렀는데 기계 자체가 자동으로 돼 가지고 한 순간에 그냥. 여기까지 절단하고 그냥 봉합하는 거로 해서”

네 번째 사고 피해자는 “응급실에서 고무 장갑을 해체하니까, 거의 손가락 한 두 개는 살이 약간 붙어 있었고 두 개는 절단됐다고, 거의 살도 조금 붙어 상태였어요”라고 밝혔다. 이어 네 번째 사고 피해자는 “검지 한 손가락만이라도 봉합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8시간이나 오랜 첫 번째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총 4번 했어요”라고 말했다. 네 번째 사고 피해자는 힘든 수술에도 불구하고 결국 손가락 4개가 절단됐다. 

제주 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주의소리
제주 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주의소리

사고만큼, 수술만큼이나 치료 과정도 고통스럽다. 4.3을 다룬 한강의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보면 손가락이 절단되어 봉합수술 후 치료과정이 나온다. 

‘인선의 속삭임이 끊어졌다.
간병인이 바늘 하나를 소독한 뒤 인선의 집게손가락에 가져가, 아직 피가 굳지 않은 봉합된 자리를 서슴 없이 찔렀기 때문이다. 
인손의 손과 입술이 동시에 떨렸다. 
간병인이 두 번째 바늘을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소독하는 것을, 좀 전처럼 인선의 중지를 찔러 상처를 내는 것을 나는 보았다.’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 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멍하게 나는 되물었다. ....신경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 
뭐 썩는 거지. 수술한 위쪽마디가.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하고 되묻는 것 같은 그녀의 동그란 눈을 나는 여전히 멍하게 마주보았다. 
그렇게 안되도록 삼 분에 한 번씩 이걸 하는 거야. 이십사 시간 동안 간병인이 곁에서.
...얼마나 오래 이렇게 해야 해?
앞으로 삼 주 정도’  

끔찍하다. 사고부터 수술, 그리고 치료까지 그 모든 과정이. 이 끔찍한 과정을 겪고도 손가락 봉합 수술이 실패로 돌아갔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기계라는 특성상 사고가 나면서 잘린 손가락 부위가 세균에 오염이 되기 때문이다.  

사고와 관련해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300번의 사소한 징후, 29번의 경미한 부상 후에 1번의 대형참사가 벌어진다는 1:29:300의 법칙이다. 이미 5번의 큰 사고가 났다. 그렇다면 이전의 대책으로는 사고를 막기 힘들며, 똑같은 재해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정한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학교 급식소는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위탁을 하지 못한다. 음식물류 폐기물 자체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제주도내 학교에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가 도입되었다. 2022년이면 사용기한 5년이 지나 학교에 설치된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를 교체해야 한다.

현재 180여 학교에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가 도입되었고, 사고 위험이 높은 파쇄기 방식은 120여개 학교에 도입되었다. 그 외 학교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식 기계 등이 도입되었다. 5건의 사고 중 A업체 파쇄기 기계에서 3건의 사고가 발생하였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B업체 파쇄기 기계에서 올해 10월의 사고를 포함 2건의 사고가 발생하였다. 더욱이 사고의 위험이 적은 발효식은 환경상 문제로 내년에 전부 파쇄기로 교체될 예정. 사고 가능성은 그 만큼 더 높아진다. 

16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학교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위탁처리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16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학교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위탁처리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는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안전인증대상기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의 안전문제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채 학교 급식소에 도입되었다. 학교 급식소는 한 명의 노동자가 100명 이상의 급식인원을 책임지고 있다. 육체적인 노동강도가 강한 학교 급식실에서 안전 인증도 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도입은 바로 산업재해로 이어졌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도 도민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도 중대산업재해로 분류한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에 의해 지금과 같이 사고가 반복되면 교육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이제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서, 학교 급식소의 경우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위탁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손가락을 갈아 넣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음식물 폐기물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피눈물 나는 손가락 무덤이 생겨서는 안된다.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선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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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3
기초부터 2021-11-18 13:50:03
새로 뜯어 고쳐야한다, 중간에서 문제생긴 것 잡아간다고 나아지는게 없다. 전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125.***.***.146

걱정도민 2021-11-17 14:58:54
법만 죽어라 고쳐봐야
공기업, 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자는
무기계약직, 공무직, 계약직.
학교 공사할때 보면 3층이상 건물에서 안전대도 없이 기어다니면서
공사하더라.
민간기업만 족치지말고
국가 기관부터 정신차려라.
119.***.***.67

W 2021-11-17 11:55:58
거기가 그정도면 민간업체는 오죽 할까요?
12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