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힘 부상일 보궐후보 “제주도 전라도화” 발언, 균형 지켜온 제주민심 폄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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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의 돌발 발언이 제주정가에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부 후보는 최근 제주시을 보궐선거 TV토론회 과정에서 "제주도가 전라도화 됐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육지 사람에게 제주의 선거 결과를 두고 '제주도는 전라도야? 거기는 전라남남도겠네' 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부 후보는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과 공식 성명을 통해 반복했다. 부 후보는 "민주당이 아닌 후보에게 제주는 어떤 노력을 해도 외면당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이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이에 더해 부 후보는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을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라는 낯 뜨거운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순 실언을 넘어서 개인의 정치철학이 담겨있는 발언인 셈이다.

부 후보는 '제주의 전라도화'의 근거로 제주지역 3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실제 제주는 2002년 총선 이래 3개 지역구에서 내리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러나, 도민사회가 주지하다시피 제주는 지난 16년간 민주당 소속의 제주도지사를 단 한번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민선으로 치러진 1995년부터 되돌아보면 1회 무소속 신구범, 2회 새정치국민회의 우근민, 3회 새천년민주당 우근민, 4회 무소속 김태환, 5회 무소속 우근민, 6회 새누리당 원희룡, 7회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이래 무소속 또는 보수정당의 도지사가 번갈아가며 석권했다. 굳이 따지고들면 2~3회 선거에서 당선된 우근민 전 지사 역시 추후 무소속으로 전향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등 정파의 영향을 벗어난 인물이다. 제주에선 '여당 야당보다 궨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은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

제주도의회의 원 구성도 진보정당과 보수정당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고 균형을 맞춰왔다.

2006년 출범한 제8대 제주도의회는 29개의 지역구 중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9석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민주당의 전신격인 열린우리당 7석, 민주노동당 1석, 무소속 2석에 불과했다. 2010년 제9대 도의회에서는 한나라당 9석, 민주당 16석, 민주노동당 1석, 무소속 3석으로 보수와 진보가 힘겨루기를 했다.

2014년 제10대 의회는 균형의 백미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13석, 민주당 계통의 새정치민주연합이 13석, 무소속 3석을 가져가며 어느 한 세력에도 쏠리지 않았다.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박근혜 정권에서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였던 당시 특수성이 반영된 선거였다. 심지어 당시에는 경북·대구를 제외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주당 계열로 통일됐을 때도 제주는 보수정당에 뿌리를 둔 원희룡 도지사(무소속)를 선택했다.

대통령선거는 말할 것도 없다. 제주는 지난 35년간 '대선 풍향계'로 불린 지역이다. 제주는 전국 유권자 대비 1%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선마다 당선자를 적중시키며 민의를 대변했다. 1987년 직선제 시행 이후 대통령선거에서는 '제주에서의 1위가 곧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멀지 않은 2012년 대선만 하더라도 제주의 경우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를 앞질렀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에 비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공식이 깨지긴 했지만, 이는 제주4.3과 제2공항 등 지역현안을 대하는 각 정당의 스탠스로 인해 갈렸다고 보는 측면이 더 타당했다.

총선에 임하는 유권자와 지방선거·대선에 임하는 유권자가 다르면 모를까, 20년간 민주당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이 '제주의 정치지형이 기울었다'는 근거로는 활용될 수 없는 결과다.

20일 도민사회에 발송된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 캠프의 문자. 이 선거 문자에도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라는 문구를 상단에 인용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부상일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반민주당 구도 형성과 보수층 결집을 위해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대세다. 
20일 도민사회에 발송된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 캠프의 문자. 이 선거 문자에도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라는 문구를 상단에 인용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부상일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반민주당 구도 형성과 보수층 결집을 위해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대세다. 

제주의 유입인구가 늘어난 것을 '전라도화'의 근거로 삼는 것은 더욱 무리가 있다.

통계청이 분석한 연간 국내인구이동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제주 전입자 3378명 중 1363명은 경기도, 510명은 서울, 531명은 인천 등 주로 수도권에서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전북에서의 유입 인구는 72명, 광주는 53명 수준이었고, 전남의 경우 역으로 197명이 제주에서 떠나간 지역이다.

2019년에는 제주 전입자 2936명 중 1053명은 경기도의 유입 인구였고, 도리어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 440명, 대구 417명, 경남 376명, 경북 101명의 인구 유입세가 더 뚜렷했다. 이 시기 광주, 전북, 전남의 유입 인구는 각각 114명, 7명, -75명이었다.

인구유입이 더 가팔랐던 2018년도 마찬가지다. 전입자 8853명 중 경기 2615명, 서울 2109명이었고, 부산 846명, 인천 588명, 대구 539명, 경남 511명, 경북 385명 등으로 집계됐다. 광주는 252명, 전북 229명, 전남 36명 수준이었다.

결국 부 후보의 발언은 특정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겠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부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경쟁 후보들은 일제히 반박·비판 논평을 내며 제주는 때아닌 '색깔논쟁'에 다시금 휩싸이게 됐다.

심지어 6.1지방선거 국민의힘 제주의 중심인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조차 부 후보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허 후보는 20일 오후 1시 정책기자회견 과정에서 부 후보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제주의소리]의 질문에 "상대 후보가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거기에 의지해서 선거운동을 하거나 표를 보고 있다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지역을 거론하거나 해서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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