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도정, 행정체제 개편 시동] ④ 구역-기관형태 등 파생 모델 천차만별

도민 정부 시대를 선언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번번이 제기돼 온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과 '행정의 민주성 저하'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취지다. 최소 5~6개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되면서 논의는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 풀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예기치 못한 사회적 갈등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제주의소리]는 과거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예상되는 기대와 우려, 더 나아가 대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과제는 새로운 형태의 기초자치단체 신설과 생활자치 강화를 위한 자치구역 재조정이 핵심이다.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와 신설 기초자치단체 간의 역할 재조정을 비롯해 우리나라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도 주요한 과제다.

파생될 수 있는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정해진 이후에도 최종 모델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공력이 소모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시 구역을 어떻게 나누냐가 중요하다.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기점으로 기존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4개 시군 체제에서 제주시, 서귀포시 등 양 행정시 체제로 전환됐다. 

2개 시 체제를 유지하며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고, 4개 단체로 재편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 행정체제개편 과정에서 제주를 동제주시-서제주시로 분류해 4개 기초단체를 도입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기도 했다.

제주시 갑, 제주시 을, 서귀포시 선거구로 나뉘어진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그대로 적용해 3개로 나누는 방법도 유력한 대안이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수 배분으로 적정하게 나뉘어져있어 익숙하기도 하고, 총선 등을 치르는데 있어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무게감있게 다뤄지는 안은 5~6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특별자치도가 출범 당시인 2005년 55만7000여명이었던 제주 인구수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 지난달 기준 67만8000명까지 올라섰다. 특별자치도 이후 인구수는 120% 증가했고, 재정규모는 250%, 공무원 수는 19% 가량 늘었다.

제주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도 2006년 553만명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28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체류 인구 역시 크게 늘었다. 제주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급격하게 바뀐 것을 고려하면 5~6개 체제로 나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뒤따른다.

심지어 시·군 체제를 폐지하고 통합된 행정동을 통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동제' 도입의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반대로 읍면동을 폐지한 행정구를 도입하는 대안도 있다.

단순 구역 개편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영훈 도정이 기초자치단체 도입 과제에 굳이 '제주형'이라는 단어를 부연한 이유는 기관의 형태를 달리하려는 시도에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기관대립형'으로 구성돼 있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기관을 지방의원들이 속한 의결기관이 견제하며 균형을 맞추는 구조다.

반면, 현재 추진중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기관통합형'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기관통합형이란 법인격 기초자치단체를 신설하되 기초의회는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고, 기초자치자치단체장은 의회에서 간선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소위 다수 정당이 행정운영 권한을 지니게 되는 '내각제'의 모델이다.

오 지사는 국회의원으로서 지난 3월 이 같은 근거 조항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사안이기에 이점이 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제주는 특별자치도 이후 또 다른 테스트베드로서의 기능으로만 전락할 수도 있다.

기관통합형은 의회의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책임지는 구조이기에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의회의 협력을 얻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정 내지 시정의 책임소재가 명확해 진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다만,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같은 정당이라는 점에서 행정에 대한 견제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 또한 상존한다.

당장 4년 후 도입한다는 가정 시 기초의회 의원으로서 과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에는 해당 후보가 의정역량을 갖췄는지 보다 주변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구축했는지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이 흔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후보로서 얼마만큼의 소양을 갖췄는지보다 식개집(제사집을 뜻하는 제주어) 잘 돌아보는 후보가 좋은 결과를 받아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의원으로서의 견제 기능이 아닌 지자체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무게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들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경우에 따라 부동산 등의 재산권을 위협할 수도 있고,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불거지지 않던 논란이 예상치 못하게 터져나올 수도 있다.

더욱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임에도 다음 지방선거가 치러질 4년후를 기약하고 있어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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