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행정체제 개편 도민의견 수렴 방안놓고 갑론을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4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4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백가쟁명식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도민 전수조사에 가까운 수준의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의회를 통해 개진됐다. 하지만, 제주도가 난색을 표하며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24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 등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과제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한권 의원(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은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단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결과가 과업지시서에 담겨야 한다"며 "당초 용역기간은 10월부터인데 용역 전에 과업지시서가 나와야하지 않나. 왜 이렇게 늦어지나"라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특별자치도 자치분권 분야의 성과 분석 등을 과업지시서에 같이 집어넣어서 초안에 담았다"며 "공론화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를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은 결국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며 "진단의 가장 큰 전제는 도민들이 갖고 있는 불편함이 무엇인지여야 하는데, 그 이유가 행정체제 때문인지,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졌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단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지난해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실시된 제주도 공무원 패널 조사 결과 공무원 10명 중 7명이 기초자치단체 4개 시군체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결과를 인용했다. 16년 전 선출직 시장·군수와 현재 임명직 행정시장 체제의 행정서비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또 "공무원조사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적정한 갯수를 물어보니 공무원 44.4%가 '제주시-서귀포시' 2개 체제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오 지사가 예시로 든 5~6개의 기초단체와는 다른 동상이몽"이라며 "말로만 행정의 민주성·책임성 약화를 주장할게 아니라 반드시 사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대안으로 "연구용역 15억원을 들여 도민 참여단 300명을 통해 여론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에 가까운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게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이에 조 국장은 "당장 답변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도민들의 의사를 헤아리는 것"이라고 수긍했다.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 을) 역시 사전 여론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권 의원의 의견과 흐름을 같이 했다.

한 의원은 "행정체제개편위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을 보면 과업에 앞서 사전 여론조사 실시를 논의했지만, 결국에는 미실시하는 것으로 됐다.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했고, 조 국장은 "여론조사는 한 번에 그칠 것이 아닌 상황에서 용역 중간 이후에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사전 여론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릴 시 자칫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한 의원은 "답변처럼 여론조사를 두 차례 이상 실시할 것이라면 지금 상황을 파악하는 사전 여론조사도 충분히 실시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도민들이 보기에는 마치 제주도가 도출해내고 싶은 최종 결과가 있는데, 그 수준이 현재 여론이랑 너무나 달라 답을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국장은 "그렇게 추론할 수 있으나, 위원회에서는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보다 사전에 면밀하게 장단점을 분석하는 등의 진단을 실시하고, 이후에 도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었다"며 "어떤 결과를 염두에 둬서 미리 예상한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특별자치도 성과 분석은 공무원, 전문가, 주민대표단체, 시민단체 등을 통해서 평가하도록 돼있다"며 "이는 일부 인원의 판단으로 진단과 문제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의견이 담길 수 있어 과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실 도정에서는 기관통합형, 의원내각제에 대해 도민들이 반대할 게 뻔하니까 아예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직언했다.

조 국장은 "전혀 아니다. 지금 바라보는 시각이 저희 구상하고 조금 다른 시각이 있는데,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 각 모델별 장단점을 알려야 하지 않겠나.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린 이후에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방침"이라고 부인했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조천읍)은 "행정체제 개편이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종잡을 수가 없다"며 "행정이 할 역할이 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구분을 짓고 그것에 대한 내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현 의원은 "행정체제에 대한 여러가지 진단 과정에서 이게 선거용 공약이 되고 선거용 정책이 될 위험성이 상당하다. 제주도에서 움직였다가 중앙정부에 가서 동의를 못 이끌어내 좌절된 경우도 있지 않나"라며 "어쨋든 도민의 선택이 이뤄지면 이러한 얘기들이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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