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심의 퇴짜맞은 '동물테마' 버리고 미술관 등 문화콘텐츠 시설 전환 모색

공유지 난개발 논란을 비롯해 주민 간의 찬반 대립을 격화시킨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동물'이라는 테마를 배제하고 사업내용을 대폭 변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사업 계획이 개발사업 심의에서 부결되고, 대표자의 법정리스크 등이 예상됨에 따라 법인명까지 바꾸고 태세를 전환하는 흐름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1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소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심의를 갖고, 2022년 12월 31일자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사업기간을 2년간 늘리는 내용으로 조건부 의결했다.

심의 과정에서 사업자 측은 '동물테마파크'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업이 구체화 단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동물을 배제한 문화시설로의 탈바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 측은 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 등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개발사업 시행승인 변경 절차를 재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시설을 표방하며 세계적인 작가들이 만든 조각 등을 배치해 예술을 테마로 한 관광시설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마을 내 사업 유치를 찬성해 온 주민들의 입장이 반영된 사안으로 알려졌다. 선흘2리 내 동물테마파크 사업 찬성측 관계자는 "처음에 반대하고 우려했던 부분이 맹수가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동물복지 문제도 있고, 분뇨 냄새도 심하게 날 것 아니냐 반대가 많았기 때문에, 동물을 일절 배제하는 쪽으로 사업자 측에 건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업자 측이 법인명을 기존 '(주)제주동물테마파크'에서 '(주)레드스톤에스테이트'로 변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현재 사업 대표자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중인 상황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사업심의위 관계자는 "동물테마파크 관련해 맹수가 포함된 사파리 사업에 대해 주민들의 의구심과 논란이 있었던 점을 파악했고,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얻었다"며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는 동물 관련된 사업이 좋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아 사업자측이 사업계획을 완전 변경하는 쪽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자 측이 앞선 심의 과정에서 부여됐던 '부지 내 제주국제승마장 완공'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재차 사업기간을 연장한 것은 동물과 관련한 계획을 배제한 새로운 사업계획이 제시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의위는 내년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기간 연장을 승인했다.

당초 동물테마파크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곳을 주체로 '제주 애니멀 팜 테마파크'로 추진됐다. 사업자는 2007년 관광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사업부지의 43%인 공유지 24만7800㎡를 22억원에 매입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업의 본 취지는 제주마, 흑우, 흑돼지 등 재래가축과 토종식물을 내세운 축산관광 개발사업이었다. 그러나, 착공만 했을 뿐 사업자의 자금난으로 2011년 1월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이후 2차례 사업자가 바뀌었고, 대명소노그룹 산하로 알려진 (주)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17년 12월 제주도에 재착공을 통보했다. 이때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 등 50종의 동물을 들여오는 사파리 형태의 사업이 등장했다.

이는 곧 주민들로부터 찬반 갈등을 부추겼다. 사파리 시설이 제주와 조화롭지 않다는 지적을 비롯해 생태계 교란을 불러올 수 있고, 동물로부터 발생하는 분뇨 등에 의한 오염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사업 소재지인 선흘2리 주민들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동물테마파크 사업은 결국 지난해 3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됐다. 사업자는 사파리 계획이 무산되자 최초 단계로 되돌아가 말산업 중심의 테마파크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1월 재차 진행된 사업 심의에서 사업자는 축산체험시설과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취지를 밝혔고, 개발사업심의위는 '제주국제승마장 1년 내 공사 완료'와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조건으로 1년 연장을 의결했다.

다시 1년여만에 진행된 심의에서 사업자 측이 전혀 다른 성격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 20년 간 표류해 온 동물테마파크 사업은 다시 새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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