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에 선흘2리 주민들 “서경선 대표 공식 사과하라” 요구

찬·반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마을이장에게 준 수표 등 2750만원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주민들을 상대로 사업 찬성·반대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위치에 있던 피고인이 사업자 측으로부터 몰래 돈을 받은 뒤 행동이 바뀌었다고 일갈하면서 이들이 주고받은 금액을 떠나 죄질의 무겁다고 꼬집었다. 

12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강민수)은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마을이장 정모(53)씨를 징역 10월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2750만원 추징 등에 처했다. 

또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서경선(44)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하고, 공동피고인인 당시 사내이사 서모(53)씨에게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업자 서씨 등 2명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9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1800만원을 당시 선흘2리 마을이장 정씨에게 전달해 부정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서씨 등 2명은 정씨의 변호사 선임료 950만원을 대납하는 등 총 2750만원을 공여한 혐의며, 정씨는 서씨 등 2명으로부터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이다. 

사업체 대표 서씨의 지시를 받은 당시 사내이사 서씨는 50만원짜리 수표 20장(1000만원)을 준비해 2019년 5월 당시 마을이장 정씨에게 줬다. 업자 2명은 정씨 아들 계좌로 8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찬·반 갈등이 격해지면서 정씨가 반대 주민 등으로부터 피고발·고소되자, 대표 서씨는 정씨의 변호사 선임료를 950만원을 대납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금전거래에 대해 정씨와 사업자는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 사업 추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정씨가 금전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사업자가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추후 정씨가 돈을 갚았다고도 주장했다. 돈을 갚은 시기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수사가 시작된 이후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은 2019년 4월9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반대 의결에 따라 주민들은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당시 마을이장 정씨가 반대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제주도 등에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반대대책위 구성 1개월 뒤인 2019년 5월 정씨가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았고, 다음달인 2019년 6월 정씨는 반대대책위원장을 그만뒀다. 이어 마을이장으로써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제주도 등에 각종 문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정씨는 “나는 원래부터 사업에 찬성했다. 찬성하는 사람으로서 반대 활동을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들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선흘2리 주민들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면서 정씨는 각종 소송 등에 휘말렸고, 사업자가 추가로 변호사 비용까지 대납했다. 

정씨 등 피고인 3명은 돈을 주면서 “사업을 잘 부탁한다”, “도와달라” 등 부정 청탁한 명시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적인 금전거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정씨에게 징역 1년에 2750만원 추징, 대표 서씨에게 징역 8월, 또 다른 서씨에게 징역 6월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고,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없어도 당시의 상황, 액수, 형식 등에 따라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강민수 판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피고인 정씨가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뒤 돌연 반대대책위원장 직위를 내려놓고, 사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자와 협약서까지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정씨는 마을의 상황 등까지 사업자와 긴밀하게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금전 거래라면서 다른 주민들 몰래 돈을 받았다”며 “사적 거래라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들의 지위와 위치를 보면 정당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강 판사는 “이들의 범행 이후 선흘2리 주민들간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오간 돈이 2750만원이지만, 죄질은 금액보다 더욱 무거워 보인다. 또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지 의문이다. 다만, 갈등이 심했던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피고인 3명 전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2021년 5월 기소 이후 2년만에 1심 결과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12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서경선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반대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사업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사업을 반대하는 현 마을이장과 주민을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총회 결의 무효 소송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이 개발업자와 지역 소수 권력자간의 금전거래를 통한 불법적인 사업 인허가 행태에 경종을 울리길 기대한다”며 “서경선 대표가 자신의 범죄와 주민 갈등 유발 행위에 대해 공식 시인·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또 사회적 책임을 져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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