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민단체 , 제주도의회에 청원 추진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이 철창은 제주보훈청이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이 철창은 제주보훈청이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故 박진경 대령(1918~1948)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에 따르면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30개 시민단체들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올바른 4·3 안내판 설치에 대한 청원서’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진경 대령은 4.3 당시 초토화 작전을 거부했다가 해임된 김익렬 중령의 후임으로 제주에 왔다.

그는 연대장으로 취임할 당시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4.3 당시 무차별적인 강경진압을 벌였다.

박진경 대령 추모비는 1952년 11월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세워졌다.

이후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로 옮겨진 추모비는 2021년 국립제주호국원 조성사업에 따라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 산록북로 변으로 이설됐다.

이들 단체는 “강경 진압의 책임자 중 하나인 박진경 대령을 추도하는 비석이 제주 땅에 설치돼 있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며 “행정당국 차원에서 올바른 4.3 안내판을 설치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4·3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 청원인인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4.3진상조사 보고서를 비롯해 객관적인 역사로서도 박진경 대령은 추도의 대상이 아닌 단죄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며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마땅하게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행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청원에 소개의원으로 참여한 현지홍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도 “4.3 당시 박진경 대령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정리해 도민사회는 물론 다음 세대에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작은 이정표가 필요하다”며 “4.3 유족은 물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4.3 역사 안내판 설치를 행정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6월 박진경 대령 추모비 주변에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지난해 6월 박진경 대령 추모비 주변에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추모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불거져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추모비 철거를 주장하는 4.3단체들이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으로 추모비에 철창 감옥을 설치했다.

하지만 제주도보훈청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에 설치된 불법 지장물이라는 이유로 자진 철거 명령을 내렸고, 4.3단체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창 감옥을 철거했다.

이후에도 박진경 대령을 비판하는 4.3단체들과 4.3을 폄훼하는 단체들은 추모비 주변에 현수막을 내걸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