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단체, “추모비 이전 사전 공론화 없었다” 반발...보훈청 “법률상 국가유공자, 조형물은 불법”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학살 논란의 당사자인 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설치된 ‘철창’과 관련해 보훈청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했다. 제주4‧3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보훈청은 최근 제주4‧3기념사업회에 추도비를 막고 있는 조형물에 대한 사전처분에 이어 자전철거 이행을 위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제주4‧3단체는 박진경 대령을 초토화 작전에 불을 지핀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도 수천 명의 포로를 양산해낸 박진경 연대장이라고 표현돼 있다.

보고서에는 ‘박 대령의 작전은 주민들을 더욱 산으로 도망치게 했고, 자신은 암살당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돼 있다.

역사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1952년 11월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박진경의 추도비가 세워졌다. 이후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로 옮겨졌다.

문제는 제주호국원 조성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기존 충혼묘지의 각종 추모비를 지장물로 지정하면서 제주도보훈청이 제주시가 관리하는 토지에 이설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추도비가 옮겨진 곳은 제주도 소유로 제주시 재산과에서 관리해 왔다. 제주도보훈청은 2020년 4월 해당 부지 2124㎡를 일반재산에서 행정재산으로 변경해 관리권을 가져왔다.

제주도보훈청은 이후 베트남 참전위령탑과 故 송성규 대령 등을 순차적으로 옮겼다. 박진경 대령 추모비와 공비완멸기념비, 경찰충혼비 등도 함께 이설됐다.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기념사업회는 이와 관련해 “보훈청이 해당 부지의 관리권을 제주시로부터 가져가면서 박진경 대령 추모비 이설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기관은 물론 4‧3단체와 도민사회와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며 “박진경 추모비에 설치한 철창을 자진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보훈청은 이에 “제주호국원 조성과정에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추모비들이 지장물로 지정돼 이설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토지를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설 과정에서 설치 단체와 유족에 환수 여부를 타진했다. 박진경 추모비의 경우 단체가 존재하지 않고 유족은 환수를 거절해 지난해 11월 이설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제주도보훈청은 또 “박진경 대령은 법률에 따른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보훈청이 철거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행정대집행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4‧3단체가 27일까지 자진철거 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강제철거 후 그 비용을 설치 단체에 청구하기로 했다.

조형물 설치에는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자역사한내제주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통일청년회, 제주4·3연구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문화예술공동체,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16개 단체가 참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