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한 모습. 현재는 제주도보훈청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창을 철거한 상태다. ⓒ제주의소리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한 모습. 현재는 제주도보훈청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창을 철거한 상태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박진경 추도비에 제주 시민사회가 설치한 역사의 감옥을 제주도보훈청이 철거한 것과 관련, 제주다크투어가 성명을 내고 강하게 규탄했다.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는 26일 성명을 내고 “국가공권력에 의한 제주4.3 역사에 보훈청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며 “박진경 추도비를 즉각 철거하고 감싸고 돌지 말라”고 주장했다.

보훈청은 지난 20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4.3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설치한 철제 구조물 ‘역사의 감옥’을 철거한 바 있다.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진경은 1948년 5월 초, 중령 계급으로 제11연대 연대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제주에서 항일운동가를 토벌했던 전력이 있던 사람으로 미군사영어학교를 나와 미군정의 총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진경은 6주간에 걸쳐 4000여 명에 달하는 도민을 체포하는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펼친 공로로 제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령으로 진급,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됐다.

제주다크투어는 “박진경은 자신의 연대장 취임식 때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여러 증언에서 확인되는 국가 폭력에 대해 마땅히 책임 있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950년대 세워진 박진경 추도비는 이제 역사의 뒤로 사라져야 한다. 이 추도비가 경찰과 도민들에 의해 세워졌다지만 당시 제주4.3은 도민 누구도 언급할 수 없는 정치적으로 매우 엄혹한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또 “2000년 제주4.3특별법 제정, 2003년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발표와 국가 폭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다”며 “더욱이 올 6월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국가보상도 앞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70년 동안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안긴 국가가 아직도 그 피해를 주도했던 인물을 감싸고 도는 것은 매우 몰역사적이며, 무책임한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제주다크투어는 “보훈청은 2020년 베트남 참전위령탑 등을 옮기기 위해 제주시로부터 관련 부지를 이관받았으나 당시 ‘박진경 추도비’는 이설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청은 박진경 추도비에 시민단체가 무단으로 설치물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강제집행하면서 정작 사전협의나 근거 없이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시로부터 이관받은 땅에 이설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제주시와 제주도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께 보답하는 게 국가보훈처의 역할”이라며 “헌신의 뒤에 무자비한 학살이 있었고, 그 학살의 땅에 학살자의 추도비를 세워두는 것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보훈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주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주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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