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대 기관장 "이념사냥 표적", 4.3단체들 "악의적 선동" 성토

2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4.3역사왜곡 현수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제주지역 4.3단체 관계자들 ⓒ제주의소리
2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4.3역사왜곡 현수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제주지역 4.3단체 관계자들 ⓒ제주의소리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앞두고 도내 일부 극우단체들이 내건 4.3왜곡 현수막에 대해 도민사회가 공분을 쏟아냈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 등 주요 기관은 물론, 4.3단체들까지 일제히 역사왜곡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23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4.3을 다시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는 '역사 왜곡 현수막'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4.3은 온 국민이 함께 만들어 낸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역사"라며 "4.3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는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4.3은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7번의 개정을 이루고,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이어 2022년부터 국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등 여야와 전 국민의 합의로 이뤄낸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4.3 희생자와 유족이 목숨을 바쳐 규명하고, 정부와 시민단체의 용기와 헌신으로 지켜냈던 우리의 4.3이다. 통한과 고통을 딛고 진실과 정의를 향해 한 발 한 발 전진해 온 숭고한 시간으로, '조건 없는 화해'를 선택한 도민의 공동체 회복 의지가 모여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평화와 상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4.3의 아픔과 고통은 70여년 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난무하는 증오와 적대는 4.3을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고 있다"며 "우리 세대에서 고통을 끝내고, 이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4.3이 어떤 공격에도 흔들림 없이 여속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치를 증명하고, 진실을 바로 세우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4.3관련 기관·단체는 같은날 오전 10시4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태영호 국회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와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내걸린 현수막은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어 극우 보수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하찮은 음모"라며 "제주를 다시 '빨갱이섬'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제주4.3특별법에는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 지금의 보수정당과 단체에서 하고 있는 이런 행위 때문에라도 조속히 처벌 조항이 들어간 4.3특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3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정당과 단체에 엄중히 경고한다. 반세기 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던 제주도민과 10만 4.3유족들의 이름으로 이제는 무서워하지도, 입을 닫지도 않을 것"이라며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 선동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사과하고,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특히 국회에 대해 "4.3특별법의 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보수 정당들은 '제주 4.3은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주 전역에 내걸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설치된 현수막은 총 80개로, 도내 주요 교차로와 4.3평화공원 진입로 등에 내걸렸다. 게시기간은 다음달 4일까지로,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을 앞두고 있는 제주사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해당 현수막은 정당법의 적용을 받아 철거도 어려워 4.3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이 재차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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