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폄훼 처벌규정 없는 4.3특별법에 개정해야 재발 방지 주장에 무게

최근 4.3 폄훼·왜곡 논란이 이어지면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75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제주에서는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 망발에 이어 곳곳에 4.3을 폄훼·왜곡하는 현수막이 게재되면서 도민사회 분노가 들끓고 있다. 

‘연좌제’ 등을 이유로 4.3 때 당한 피해를 안고 살아야 했던 도민들은 수십년간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을 벌였고,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2000년 1월 4.3특별법이 제정됐다. 

4.3특별법에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어디에도 북한 김일성이 4.3에 개입했다거나, 공산폭동이라는 등의 내용이 없음에도 이를 왜곡·폄훼하는 사례가 잇따르르고 있다. 

왜곡·폄훼가 잇따르자 4.3특별법 제13조(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 보호)가 신설됐다. 

해당 규정에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벌칙조항이 없다. 

반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는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5000만원에 이르는 벌칙조항이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형법 등으로도 4.3 왜곡·폄훼 사례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허용진 제주도당 위원장도 최근 “처벌 조항을 명시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우려가 있다. 명예훼손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 우리 형법의 틀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4.3 왜곡·폄훼는 검찰의 집적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4.3특별법에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제주를 찾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4.3특별법에 (희생자와 유족 등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별도의 처벌 조항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리적으로 다시한번 검토해보겠지만,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통해 검찰의 수사 범위가 줄었지만,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무력화 시행령이다.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유지하고 있는 검찰 조직의 총수가 4.3특별법에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 직접수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은 현재로서는 제주4.3을 왜곡·폄훼하는 사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4.3을 왜곡·폄훼하는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골자의 4.3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최근 제주4.3을 왜곡, 폄훼하는 사례가 많아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옥외광고물법 등 법률에 따라 정당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집회나 발언 등으로 4.3을 왜곡·폄훼하는 행위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유족들의 아픔을 헤집는 행위가 중단되길 바란다. 최근 4.3특별법에 처벌규정을 넣는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유족회 차원에서 4.3특별법이 개정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벌 규정이 담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이 대표발의해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