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세력 4.3왜곡 현수막에 추념식 맞불집회 예고...도민사회 '공분' 與 '신중'

제주4.3 역사왜곡 현수막을 게첨하고, 추념일 당일 4.3을 폄훼하는 내용의 집회를 신고하는 등 우익세력의 '4.3흔들기'가 노골화 되고 있는 가운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입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굳이' 별도의 입장문은 발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일성의 지시', '공산폭동'을 명시한 현수막의 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 이와 연계해 4.3특별법에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명시하는 대안에 있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논란은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자유논객연합 등 극우 성향의 정당·단체들이 지난 21일부터 제주도내 곳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면서 촉발됐다.

도내 주요 교차로와 4.3평화공원 진입로 등 곳곳에 걸린 현수막은 총 80개로 다음달 4일까지 게시기간을 설정했다. 현수막의 문구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4.3특별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지만, 정당법의 적용을 받아 철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더해 강성 보수 단체로 분류되는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는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제주 일대 집회를 신고했다. 특히 이 단체는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 당일 4.3평화공원 주차장 입구에서의 집회를 예고해 추념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제주사회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4.3추념식을 눈 앞에 두고 버젓이 벌어진 역사왜곡 사태에 대해 도민사회는 일제히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등 제주 3대 주요기관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4.3이 맹목적인 이념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4.3유족회 등 4.3관련 단체들도 "제주 전 지역에 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와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내걸린 현수막은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어 극우 보수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하찮은 음모"라고 격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해당 현수막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도민의 자존을 짓밟는 행태"라고 거세게 비판하며, 4.3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약속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사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달 초 같은 당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4.3은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돌발 발언으로 성난 민심을 진화하기 위해 도당위원장 명의로 직접 메시지를 낸 것과 대조되는 대응이다.

이와 관련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우리하고는 생각이 다른 의견에 대해 굳이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논란의 현수막에 대해 "그야말로 개별적인 돌출발언에 불과하다. 그 사람들의 주장을 우리가 말릴 수도 없고, 말릴 이유도 없지 않겠나"라고 거리를 뒀다.

이어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4.3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적인 평가가 이뤄진 지 시간이 꽤 지났다"며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보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 마련이다. 그걸 일률적으로 우리가 제어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안만을 두고 입장을 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우리당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지 않았었나"라며 "(현수막을 내건)그 사람들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평가했다.

단, 이번 사태와 연계된 4.3특별법 처벌조항 개정과 관련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에는 4.3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위원장은 "이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법의 힘을 빌려 통제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특별법마다 처벌 조항을 명시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예훼손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 우리 형법의 틀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허 위원장은 "돌출 발언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결론이 아니겠나. 이분법적 사고로 바로보는게 적절한 것인가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의 틀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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