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 ① 김혜선 노무사

선진국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던 대한민국, 하지만 이태원 참사, 노동시간 연장 추진, 야간집회 금지, 건설노동자 양회동 분신 등 어느 때부터 어떤 이유에서 곳곳에서 극심한 갈등과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건 혐오와 차별이 아닌 연대의 힘이다. [제주의소리]는 12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진행하는 '2023제주차별철폐대행진'을 소개하는 기고를 연속해서 싣는다. / 편집자 주


저 광고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광고의 대상이 되는 그들에게 ‘평등’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제주의소리
저 광고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광고의 대상이 되는 그들에게 ‘평등’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제주의소리

얼마 전 한 건설사에서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이라는 고급 아파트 분양 광고문구를 게시하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해프닝(?)으로 인해 ‘불평등’과 ‘차별’이 당연시되는 것을 넘어 ‘좋은 것, 성취해야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리 사이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저 광고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광고의 대상이 되는 그들에게 ‘평등’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혐오’와 ‘차별’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이렇게 많이 나오는 시기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것은 혐오와 차별을 느끼는 사람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재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혐오와 차별의 언어와 생각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하며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지나면서 직종과 지역에 따라 헌법이 정한 최저임금마저 차등 지급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는 경영계와 정부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지역·성 정체성을 구분하고 분리하는 사람들에 맞서, 이미 75년 전에 선언한 ‘모든 인간은 인종·피부색·성·언어·장애·종교·정치적 견해 등에서 어떠한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을 외치고 있고, 주69시간제를 도입하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정부에 맞서 130여년 전 노동자들이 외치던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나오며 아프면 쉴 권리와 배달노동자를 비롯해서 기존 법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2023년 이후 제주사회,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할지 상상해본다.

제주도민이라는 이유로 폭언과 혐오표현에 노출되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 내외에서 차별을 받는 사회?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노동권을 부정하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사회? 성소수자를 배척하며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와 가족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사회?

분명 아닐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지역과 정치적 신념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본인의 성적 지향에 따른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모두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국민의 안전을 국가가 보장하고 노동이 존중받으며 과거로의 회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이길 원한다.

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공동기획단 일동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대의 힘으로 어깨 걸고 새로운 세상, 평등의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 높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공동기획단 일동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대의 힘으로 어깨 걸고 새로운 세상, 평등의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 높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런 제주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모아내는 기간이 이제 시작된다. “다른 세상으로 행진. 제주 다양;섬”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거부하며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한걸음을 제주도민과 함께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6월 12일 선포기자회견으로부터 6월 18일 제주차별철폐 한마당 자리까지 진행된다.

오늘부터 6월 한달간 총 6차례에 걸쳐 이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6월 18일 일요일에는 오전 10시30분 신산공원에서 관덕정까지 ‘다른 세상으로의 행진’ 제주차별철폐 행진을 진행하고 이후 관덕정 앞 마당에서는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의 한 걸음으로 나아가자는 연대의 힘을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

‘혐오’와 ‘차별’이 아닌 모두의 평등, 안전, 존중을 위해 제주도민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시작! 바로 그 시작을 함께 만들어가는 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 다른 세상으로 행진. 제주 다양;섬에서 여러분과 만나길 기대해본다. / 김혜선 노무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제주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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