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김성환

선진국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던 대한민국. 하지만 이태원 참사, 노동시간 연장 추진, 야간집회 금지, 건설노동자 양회동 분신 등 어느 때부터 어떤 이유에서 곳곳에서 극심한 갈등과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건 혐오와 차별이 아닌 연대의 힘이다. [제주의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연속해서 싣는다. / 편집자 주

“우리는 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함께 동참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우리는 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함께 동참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뉴스는 단연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투쟁일 것이다.

공정한 보도를 해야만 하는 언론에서는 장애인 단체가 무엇 때문에 시위하고 있는지를 먼저 다뤄야 하나, 아니나 다를까 ‘출근길 시민 볼모 삼는’, ‘전장연 지하철 시위...시민 봉쇄’, ‘장애인 시위 격화, 열차 연착, 무정차’ 등의 헤드라인을 통하여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었다. 누가 보면 테러가 발생한 것처럼 권력이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혐오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준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인권 침해 또는 혐오 표현은 미디어를 통해 가장 쉽게 노출된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접하게 된 경로는 TV, SNS, 메신저, 온라인포털, 방송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SNS나 온라인포털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많이 이용되고,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차별적 표현은 쉽게 전파되고 우리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중 특히, 장애인의 혐오와 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일상이었다.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 한편에서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고,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산 속의 시설로 보내졌다. 교육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방금 이야기 한 내용이 불과 20년 전의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작은 문턱이 장애인에게는 높은 장벽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제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장애 혐오나 차별적 표현은 미디어에서도 필터링 없이 자연스레 비쳤다. 지금도 난무하고,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거나 무기력한 존재, 불행과 절망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미디어에서는 365일 중 단 하루만 조명되는 4월과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둔갑시키는 12월 연말 김장철에는 한시적으로 집중 보도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회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현저히 낮음을 보여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장애인당사자 또는 장애인당사자주의자의 권익옹호 활동과 인권 증진을 위한 목소리가 우리나라 사회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다. 차별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근거가 마련되어 정당한 편의제공이나 의사소통 지원이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공공시설의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다목적 화장실, 미디어 속의 자막, 수어통역 등의 변화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정도면 장애인의 살만한 환경이고 나아진 것이 아니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이냐? 묻는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도 매년 문화제와 예술제 개최를 통하여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소통한다.

그러나, 언론에 게시된 댓글에는 “장애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집에서 좀 편히 쉬지”, “힘들게 왜 나와서 고생해?” 등의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함께 동참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김성환. ⓒ제주의소리
김성환. ⓒ제주의소리

최근 들어 다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면 문화가 재확산되면서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장애, 여성, 아동, 퀴어 등 다양한 목소리가 전국 각지에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반갑게도 온라인포털에서도 게시물 운영정책이 개정되고 있다. 그동안의 게시물 금지 표현은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 한정했지만 피해 대상을 인종, 국가, 나이, 장애, 성별, 성적 지향 등으로 한층 더 구체화했다. 시민사회단체 영역에서 목소리를 함께 내고 공감하고 연대하였기에 이러한 변화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고, 특정 계층만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는 지금이 아닌 평등한 세상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힘차게 행진한다.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유다.”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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