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선진국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던 대한민국. 하지만 이태원 참사, 노동시간 연장 추진, 야간집회 금지, 건설노동자 양회동 분신 등 어느 때부터 어떤 이유에서 곳곳에서 극심한 갈등과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건 혐오와 차별이 아닌 연대의 힘이다. [제주의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연속해서 싣는다. / 편집자 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8일 열린 ‘2023 제주차별철폐대행진’에서 세워진 최저임금 상징탑.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로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최저시급은 9620원, 주 40시간을 일했을 때, 월급으로는 201만원이다. 그러나 치솟는 공공요금과 물가로 명목임금은 그대로지만 실질임금이 삭감되면서 지금의 최저임금만으로 먹고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비혼단신가구 생계비는 241만원으로 최저임금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상당수는 비혼단신이 아닌 복수가구원이며 평균 2.44명이다.

2017년 대선 당시 지금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모든 정당들은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인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실질 최저임금을 삭감시켜버렸다.

민주노총은 가구생계비를 근거로 물가폭등 상황과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점, 또한 해외 여러 나라가 경제 침체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 정책수단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는 상황들을 근거로 하여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1만2210원, 월 209시간 기준 255만1890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의 세금은 내려주면서 중소영세상공인의 어려움을 빌미로 절박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말자고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미 사문화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별 차등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중소영세상공인의 어려움이 과연 최저임금 노동자들 때문일까? 고금리·고유가, 높은 임대료와 배달·신용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횡포가 중소영세상공인의 고통과 어려움의 근본적 이유이다. 

이를 반증하듯 물가폭등과 경기침체로 노동자 서민들이 힘들었던 지난해 정유사를 비롯한 대기업과 은행들은 최대 실적을 거두며 돈 잔치를 벌였다.

중소영세상공인에 대한 지원대책 없이 최저임금 노동자만 탓하는 정부의 행태는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 32조에서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에 상응하는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법 제1조는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도, 최소한의 생활 안정도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플랫폼·장애인·선원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제도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최저 생활수준은 업종과 지역, 국적과 장애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 양극화 사회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안전망이 된다. 

또한 최저임금은 산업재해 보상급여, 교통사고나 예방접종 피해보상급여, 출산전후 휴가 급여와 실업급여 기준 등 사회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모두의 임금이다.

모두의 임금인 최저임금 인상과 차별 없는 적용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불평등을 줄이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