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ㄱㅎ’ 제주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법원이 검찰에 석명을 명령했다. 간첩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한 양측 주장을 세부적으로 확인해 공판 준비기일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6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홍은표 부장) 심리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강은주(54)씨,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사무총장 고창건(54)·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박현우(49)씨 등 3명에 대한 2번째 공판기일을 가졌다. 

지난해 시작돼 4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국민참여재판 불허 결정에 대한 재항고·재항고가 이어지면서 올해 첫 공판이 이뤄졌다. 

올해 1월 열린 첫 공판 때도 피고인 측이 절차에 항의하면서 퇴정한 바 있다. 이후 전국단위 법관 인사가 이뤄지면서 형사2부 재판부가 변경돼 이날 2번째 공판으로 이어졌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 때 쟁점이 될 부분을 미리 확인해 증인 신문 계획을 조율하는 등 효율적인 공판 진행을 위한 절차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귀국한 강씨가 진보당 제주도당 인원을 북한에 보고한 혐의 등이다. 

또 강씨는 고씨, 박씨와 함께 반국가단체 ‘ㅎㄱㅎ’를 구성해 반정부 활동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지목한 반정부 활동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등이며, 고씨와 박씨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강씨가 북한에 전달한 혐의 등도 있다. 

강씨 등 피고인 3명의 변호인단은 공소장 자체가 부실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서 강씨와 북한 공작원이 접촉했다며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동영상이 진짜인지, 진짜라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된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료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등 검찰 공소사실에 무리가 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공소장에 애매하게 기재된 부분이 많아 어떤 부분을 반박해야 하는지 등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공판준비기일을 재개해 불명확한 부분을 되짚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변호인단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재판부는 검찰에 석명(釋明)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소송과 관련돼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 명확하게 밝히라’는 취지로 석명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다듬고, 각 증거가 피고인들의 어떤 혐의를 입증하려는 것인지 등에 대해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다만, 공판준비기일 재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공판 기일에서 다투면 되기에 굳이 공판준비기일로 되돌아갈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다. 

검찰의 석명이 이뤄지면 변호인단이 관련된 의견을 추가로 밝히는 등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4월 이번 사건의 심리를 재개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에서 양측의 세세한 주장을 확인한 뒤 공판준비기일을 재개할지, 공판으로 속행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