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괸당 : 권당 곧 친척* 우잇 : 위의* 보름인다 : 바람(風)이다 ‘괸당’은 권당(眷黨)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에서는 표준어인 권당보다 괸당 쪽이 흔히 쓰인다. 바닥이 좁은 섬인데다, 예전 농경사회에서 친척들이 한 마을 혹은 한 동네에 모여 살았다. 긴 골목에 서너 집이 몇 촌 형제들이 집을 짓고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시골 한 동네 열 몇 가구가 모두 한 집안이 씨족공동체를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원형이 이른바 집성촌(集姓村)이다. 당연히 좋은 점이 많았다. 큰 행사로 일 년에 한 번 하는 초가집 지
* 웨바농코 : 외바늘귀* 톧아지기 : 떨어지기, 떨어져 나가기운명은 반드시 필연인가, 아니면 우연이기도 한가. 인과율에서 어떻게 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깊이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한데 필연, 우연을 떠나 단 하나뿐이라 더욱 애지중지 아끼던 것이 상하는 수가 적지 않다. 귀한 연장이 못 쓰게 돼 버린다든지, 한순간에 아끼던 그릇을 깨뜨린다든지 하는 예가 좀 많은가. 더욱이 금쪽같던 아이를 잃거나 함에 이르기도 한다. 옛날 아낙들 손에 드는 것 가운데 제일 귀하던 것이 바늘이다. 못 살던 시절엔 바늘 여러 개를 가진 여인이 별로
* 낭도 : 낳고(서)도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인가. 사람 사는 세상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걸까. 요즘에 아이를 낳지 않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 예전엔 아이를 많이 낳고도 걱정이었다. 그 걱정이란 게 어지간한 게 아니었다. 아기가 잘 자라 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1940~1950년대는 그야말로 절대 빈곤의 시절이었다. 이래저래 가까스로 겨울을 나고 보면 고팡(고광) 좁쌀 항아리가 바닥이 나 있다. 탈탈 굶어야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바다에서 캐 온 톨(톳)에 좁쌀 몇 줌 섞어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이른바 ‘톳밥’이
* 연설쟁이 : 허풍선이, 허풍쟁이* 얼친다 : 매를 맞는다헛된 말, 거짓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 그럴싸하게 꾸며대서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의 귀를 솔깃하게 할지 모르나 얘기 속 주인공에게는 이만저만 피해가 되지 않는다. 내용에 따라서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믿을 것이 못 되는 남의 말을 일삼는 연설쟁이는 곧 허풍선이(허풍쟁이)를 뜻한다. 입도 아프지 않은지 허황하기 짝이 없는 말을 마구 쏟아 놓는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낭패 사는 일인들 왜 없으랴.허풍을 떨고 다니는 자를 만나기만 해 봐라 하고 벼르고 벼르다. 신
* 양 : 제주 梁 씨* 고 : 제주 高 씨* 밸딱(또는 밸착) :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발딱하는 모습. 짓시늉말(의태어)재미있는 속설이다.제주에는 삼성신화(三姓神話)가 전해 온다. 지금으로부터 약 4300년 전,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삼을나(三乙那) 삼신인(三神人) 곧 高을나, 梁을나, 夫을나가 삼성혈(三姓穴)에서 태어나 수렵 생활을 하다가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벽랑국(碧浪國) 삼 공주를 맞아 혼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농경 생활이 이뤄졌으며, 마침내 탐라 왕국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탐라개국신화다. 이 탐라개국신화는 다른 대
* 아적(아척) : 아침* 존다니 : 잔소리, 군소리* 쉐발 : 소발(牛足)* 꺼끈다 : 꺾는다재미있는 말이다.아침은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신선한 시간이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여러 가지 구상도 하려니와 일에 대한 계획을 짜거나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점이다. 가슴이 부풀거나 활력으로 넘칠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걱정되거나 긴장돼 정신적인 여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누가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기분이 상하게 마련이다. 잔소리란 게 상대방에 대해, 하는 게 눈에 들지 않아, 이래
* 뻬장 : 뼈장(~葬), 이장(移葬) 또는 이묘(移墓)뻬장(뼈장)이란 시신을 매장한 무덤에서 다른 곳으로 새로 묻는 장례다.이장(移葬)하는 것인데, 우리 조상들은 선묘 이장 등에 이만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풍수에 정통한 정시(地官)을 찾아가 새로 옮길 묘지를 정한 뒤 택일을 해야 한다. 지관이 상제(後孫)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명당지지를 찾느라 몇 날 며칠 산속을 헤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선묘에 공들이고 정성을 기울였다. 행여 그렇지 않고 장지와 날을 성의 없이 아무 곳에나 또 아무 날에나 일을 치렀다가는 상주의 가문에
* 비바리 : 처녀의 제주방언* 늙어가민 : 늙어 가면, 늙으면* 가래착 : 맷돌 짝, 맷돌의 아래짝* 지영 : 지어, 등에 지고* 산더래 : 산으로알고 보면 이만큼 육감적인 표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서술에서 벗어나 기가 막힌 비유를 하고 있는데, 얼른 눈앞에 그려 볼 수 있게 행동화‧구체화하고 있으니 말이다.처녀가 맷돌짝을 등에 지고 딴 데도 아닌 산중으로 내달리고 있으니, 이게 어디 그냥 넘어갈 일인가. 맷돌은 옛날 보리나 콩 따위 곡식을 갈라 알곡을 만들어 내는 긴요한 용구였다. 위아래 두 짝이 맞물려 있는 걸 손잡
* 뱃질 : 뱃길구개음화 현상으로 길→질 (예 : 길다→ 질다, 뱀→진 것)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절해고도다. 지금은 하늘길 뱃길이 원활해 물리적인 거리가 엄청나게 단축됐다.하늘길 가운데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게 서울-제주 노선이란 통계가 있다. 지난 4월 영국 항공교통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노선을 오고간 운향 횟수는 7만 9460회였다고 한다. 매일 210편의 비행기가 오고간 것이 된다. 5~10분 간격으로 뜨고 내렸다는 얘기가 된다. 바닷길 또한 탁 뚫렸다. 호화여객선에다 쾌속이다. 제주-부산,
* 애기 설 때 : 아기 뱄을 때, 임신했을 때 * 벡보름 : 바람벽, 방의 벽 * 먹구쟁 혼다 : 먹고 싶어 한다 여자가 임신으로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면 갖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그 집 메누리 허리가 커져서라(그 집 며느리 허리가 커졌더라)’고 하는 건 외양으로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를 얘기한 것인데, 그에 그치지 않는다. 임산부가 겪어야 하는 특별한 고통이 따로 있다. 입덧이 나타나는 것이다. 심하면 중환자가 따로 없다는 게 입덧이다. 몇 날 며칠, 또는 몇 달을 자리보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평소보다 닥치는 대로 무얼 먹
* 지 앞씩 : 제 앞씩, 제 앞의 것만* 근어 먹나 : 그러내 먹는다. 끊어 내 먹는다어릴 적 일이다. 집에 기르는 닭과 친했다. 그때는 레그혼 같은 외국에서 들여온 종들이 있었다. 깃털 빛깔이 알록달록 고와 사랑스러웠다. 한 달이면 스무 개 가까운 달걀을 낳았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없던 시절 달걀은 최고의 반찬감이었으니까. 녀석들 알을 낳자마자 화급하게 둥지를 나오며 꼬꼬댁 꼬꼬댁 소리 지르는 게 신기했다. 닭들이 마당이나 우영(텃밭)에서 먹이를 찾아 먹는 것을 유심히 보다 놀랐다. 자기 앞엣것만 쪼아 먹지 남 앞에 덤
* 뒐쳇종저 : 될성부른 종자(種子)* 귀귀작빡 : 귀 모양으로 생긴 쪽박, 여기서는 씨를 뿌려 떡잎이 될 새싹의 모양6월 초에 보리를 거둬들이고 나면 곧바로 조 농사를 한다. 조 씨를 뿌려 돋아난 새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잎으로 움튼 모양이 마치 사람의 귀같이 생겼다. 크기야 작디작은 것이지만 귀 바퀴를 닮은 데서 ‘귀모양의 쪽박’이라 묘사한 것이다. 농작물의 싹을 자세히도 관찰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비유다.보리는 싸 뿌려 흙을 사람의 발로 대충 덮어주면 싹이 잘 튼다. 파릇파릇 돋아나 한창 자랄 시기(겨울)에 밟아주기만 하면
* 대왓 : 대밭* 더래 : ~에게, ~쪽으로* 몬저 : 먼저얼른 이해가 안 가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썩 재미있는 비유다. 예전 서당 시절엔 글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훈장님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며 가르쳤다. 왜 그 글자를 못 쓰느냐, 왜 그 문구를 외우지 못하느냐면서. 독특한 서당교육 풍경이었다.회초리로 쓰는 게 대나무였다. 마소 회초리로 쓰는 윤노리나무와 구별됐다. 훈장님 회초리를 맞으며 열심히 공부한 학동(學童)이 나중에 장성해서 학문을 대성했다. 이 얼마나 흐뭇하고 경사스러울 일인가. 회초리가 한몫을 한 것 아닌가. 분명
* 독 : 닭(鷄 : 닭 계)* 독새기 : 달걀, 계란(鷄卵)* 난다 : 낳는다깃털이 검은 닭이라고 달걀까지 검으란 법이 없다. 겉은 검어도 흰 알을 낳는다. 비록 겉이 다 새카맣지만 그 속까지 검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함에 겉과 속, 표면과 내면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또 구분돼야 마땅함을 나타낸다. 따지고 보면, 사물의 진정한 가치 곧 문제의 본질은 겉모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오골계’라는 닭이 있다. 분명 닭의 한 종류다. 한데 야릇하게도, 닭은 분명 닭인데 희거나 누렇거나 하지 않다
* ‘개’라고, 옛날 푸대접 받던 개만이 아니다. 사냥개, 안내견, 군견에 이어 의식이 흐름을 따라 애완견에서 요즘 반려견에 이른다. 사르트르와 개 얘기까지 미친다. 그러니 개도 개 나름이란 생각이 든다. ‘개값’이라 함은, 물건 값이 헐값임을 빗댈 때 하는 말이다. 집에서 기르는 닭이나 오리 같은 두 발 달린 건 가금이고, 말이나 소처럼 네 발 달린 건 가축이다. 가축 가운데서도 말과 소 그리고 돼지는 특히 생활에 유익하다. 마차를 끌거나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 됐던 말. 밭을 갈고 수확한 곡식을 실어 나르던 소 그리고 구정물에
* 고망 : 구멍(穴)* 당장 : 옛 시절 서원(書院)에 딸려 있던 사내종, 堂長‘당장’의 본뜻은 서원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종(하인)인데, 여기서 말하는 ‘고망 당장’은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집 안에만 박혀 사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물은 좁은 공간 곧 운신 폭이 좁은 활동반경을 빗댄 말이다. ‘고망 당장’이란 우물 안 개구리같이 지극한 한정된 생활공간에서 살아가는 속 좁고 실속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당장 노릇밖에 못하게 되면 옹졸한 사람임을 면치 못한다
* 이그러진 : 되바라진, 몹시 데면데면한* 방멩이 : 방망이* 서월 : 서울* 강 : 가서, 가면* 팩혼다 : 기물 따위가 바위 같은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깨지는 것을 말한다. ‘팩’은 깨지는 소리를 시늉한 의성어. 여기서는 기세에 눌려 쩔쩔 매는 모습을 빗대고 있다.옛날이나 오늘에나, 또 어느 지역 어느 마을에나 제가 제일인 양 잘난 체하는 사람이 한둘 있게 마련이다. 남들이 인정해 줘야 잘난 것이지, 저 혼자 잘났다고 우쭐거리는 건 참 우스꽝스럽고 볼썽사나운 노릇이다.그럼에도 그렇게 으쓱대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느 곳에나 있으
* 웨로운 : 외로운* 낭 : 나무의 제주방언* 웨돔박 : 외동백, 돔박낭, 동백나무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는데, 그 나무에 열매라곤 딱 하나다. 외로운 풍경을 그림처럼 그리듯이 표현하고 있다. 속담의 표현이 독특함을 자아내고 있어 인상적이다.하나만은 외롭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의 경우가 매한가지다. 하나는 외톨이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가 다른 나무들에서 떨어져 외따로 우뚝 서 있어 외로운데, 바로 그 나무에 동백열매마저 딱 한 알이 달려 있다. 더욱 외로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한데 이것은 단지 나무의 모습이 아닌, 사
* 사농 : 사냥* 안 헌다 : 아니한다사자나 호랑이가 정글의 제왕인 건 맞는 말이지만,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게 인간이다. 사람에게는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공작과 기예의 손이 있다. 무기를 만들어 활이나 총 한 방이면 쓰러뜨린다. 마음만 먹으면 맹수에서 순한 동물들, 하늘을 나는 날짐승이며, 바다의 물고기까지 마음대로 포획할 수 있다. 하지만 산 짐승을 아무 때가 함부로 잡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포획하다 보면 멸종될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어류의 짐승의 산란기, 새끼를 치는 시기엔 사냥을
* 어룬안티 : 어른한테(에게)* 뱁곡 : 배우고* 아이안티 : 어이한테(에게)늙도록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무궁무진한 것이 배움이다. 유치원에서 시작한 배움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학원을 나온다고 다 배우지 못한다. 배움에는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말이다. 배워도 또 배워도 끝이 없기도 하거니와 배우는 데 따르는 그 즐거움을 무엇에 비할 것인가. 시골에서 농사만 짓다 늘그막에야 한글을 익혀 시를 쓰는 할머니들 얘기는 한마디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