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⑦ 물괴(Monstrum), 허종호, 2018 킹콩1933년 미국 태생.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높은 빌딩에 올라가 비행기들을 손으로 부수는 걸 좋아한다. 정글에서의 전원 생활을 즐긴다. 억지로 도시로 데리고 오면 건물을 부술 수 있으므로 자연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크로아티아에서 전해져오는 동화 ‘미녀와 야수’를 로망으로 꿈꾸며 산다. 고질라1954년 일본 태생. 미군의 수소 폭탄 실험에 의해 괴물이 되었다. 원래 이름이 고래와 고릴라를 합친 뜻으로 고지라(Gojira)였으나 신처럼 힘이 강한 것을 나타...
[영화적 인간] ⑥ 변산(Sunset in My Hometown), 이준익, 2018. 영화 에서 시를 쓰던 문학소년은 래퍼가 되었다. 문학소년들이 모두 래퍼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시가 덜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래퍼라고 해서 모두 스타가 될 수는 없고, 무명 래퍼나 무명 시인이나 비슷한 처지일 테지만. 마니아가 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긴 하지만 ‘노을 마니아’가 되듯 우리는 무언가 어떤 아름다움에 경도되어 평생 그것을 그리워한다. 그것이 음악이나 사물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람이라면 세월 보내기 좋은 대상이다....
[영화적 인간] ⑤ 싱 스트리트(Sing Street), 존 카니, 2016. 1989년 제주. 남자 중학교.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와 연계해 지방 명문으로 불리는 학교였다. 아버지도 그 중학교를 나왔는데 아버지가 학교를 다닐 때는 교모가 있었다고 한다. 그 교모가 자긍심의 상징이었다나. 중학교에 입학하니 정문으로 들어설 때 운동장에 세워진 국기를 향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수경례로 붙여야 하는 교칙이 아직 남아 있었다. 순진했던 우리는 정문에 들어서면 소년병처럼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경례를 하지...
시인 현택훈의 글 은 스포일러 없는 영화 리뷰를 추구한다. 영화 리뷰를 읽으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은 점이 그는 안타까웠다.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 다 말하는 글 대신 영화의 분위기만으로 제2의 창작을 하는 글을 쓰겠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 영화의 아우라로 쓰는 글이다. 당연히 영화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글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글 중 가장 좋은 글은 그 글을 읽고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이 코너의 ...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산문으로 쓴다.’ 시인 현택훈의 글 은 스포일러 없는 영화 리뷰를 추구한다. 영화 리뷰를 읽으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은 점이 그는 안타까웠다.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 다 말하는 글 대신 영화의 분위기만으로 제2의 창작을 하는 글을 쓰겠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 영화의 아우라로 쓰는 글이다. 당연히 영화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글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글 중 가장 좋은 글은 그 글을 읽고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이 코너의 ...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산문으로 쓴다.’ 제주시인 현택훈의 새 칼럼 은 스포일러 없는 영화 리뷰를 추구한다. 분석적 영화 리뷰를 읽으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마음도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 다 말하는 글 대신, 영화의 분위기만을 느낄 수 있게 쓰는 것이 기준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 영화의 아우라로 쓰는 글인 셈이다. 당연히 영화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글도 있다. ‘욕심이라면,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그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시인의 당부다. [편집자 주] [영...
(99) Traveling Alone - 쉬는 시간 5분전 제주 도착 5분 전. 비행기 아래 제주도가 보인다. 돌담과 낮은 집들. 비행기가 착륙하면 제주도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 ‘쉬는 시간 5분전’은 이름이 말해주듯 ‘쉬는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 5분 전’의 느낌으로 노래한다. ‘고사리 장마에 푸르름 돋듯’ 이 음악을 다 들으면 쉬는 시간이 올 것 같다. 제주도를 느리게 걷다보면 작은 분교나 바닷가 마을의 골목길을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은 쉬는 시간 5분 전의 마음으로 걷는 사람이다...
(98) 이사분기 / 이규호 백상웅의 동화 「꽃 켜는 아저씨」는 죽은 아이가 이 세상에 꽃을 피게 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김현철은 노래 ‘봄이 와’에서 사랑의 봄을 노래한다. 봄이 와서 졸린 건 그대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봄날엔 눈을 뜨기 싫다. 이규호는 노래 ‘이사분기’에서 “그대 따라 이 봄이 오네요.”라고 노래한다. 사실 “아무 걱정 없고, 아무 생각 없는 나”라고 했지만 나나 그대에 대한 말들은 모두 봄에 어울리는 말들이다. 그러니까 그대 자체가 봄이고, 나도 봄이 된다는 것....
(97) 새봄 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 시인과 촌장 강원도 철원에서 하사관으로 군복무할 때 ‘시인과 촌장’의 노래 ‘기쁨 보리떡’이나 한영애의 노래 ‘완행열차’를 들으며 향수를 달랬다. “기다림이 오래 되면 착한 새들은 고향으로 돌아간다”(‘기쁨 보리떡’)고 했으니 “고향으로 가는 마음을 알고 있는 기차”(‘완행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 나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군대에 갔었다. 그래서 대학교 재학 중 입대를 한 다른 군인들이 대학 생활 얘기를 할 때는 끼어들지 못한 채 들으며 그 푸...
(96) 50 / 룩 앤 리슨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고 외쳤던 신현림 시인은 아기엄마가 되었다. 세월은 흐른다. 하지만 음악은 늙지 않는다. 펑크(Punk)는 언제나 청춘의 전유물이다. 음악은 결국 자기 장르의 캠페인을 하는 셈이다. 펑크는 핍박을 가장 많이 받았다. 철부지 10대의 음악 정도로 무시를 당하고, 그들의 객쩍은 공격성은 사회화가 부족한 늑대소년의 울부짖음으로 치부되곤 한다. 펑크는 암울하고 부패한 세상을 발길질하면서 나왔다. “이게 나라냐!” 이전에 “이런 나라 필요 없어!”가...
(95) 21세기의 어떤 날 / 페퍼톤스 누가 내게 음악 관련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음악 좋아하는군요, 라고 말하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 음악은 사랑과 바꿔도 된다. 사랑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제 사랑은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사랑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거나 속으로는 좋으면서 아닌 척 하는 사람일 게다. 김사월은 노래 ‘수잔’에서 “너무 초라해 몰래 원한 너의 진심”이라고 노래한다. 나의 초라함을 채워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인가.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 마음을 ...
(94) 눈 내리던 겨울밤 / 김현식 기상 캐스터가 건조하면서도 다소 아쉬운 목소리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어렵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함박눈처럼 흩날렸다. 어렸을 때는 겨울을 기다렸다. 눈이 내리면 강아지처럼 마냥 좋아 눈 위를 뛰어다녔던 그때. 특히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행운을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기대는 오랜 과거가 되어갔다. 의 노래 ‘1960년 겨울’에 나오는 ‘성원아, 들어와.’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 목소리와 같은 먼 겨울. 요...
(93) 겨울바람 / 오석준 지난 2002년 군산의 한 집창촌에서 불이 났다.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쇠창살 때문에 그녀들은 방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의 '유리'. 이 노래를 들으면 자꾸 그 사건이 생각난다. 하사관에 지원해 전북 여산에서 교육을 받을 때 군산으로 외박을 나가곤 했다. 군산의 밤은 밤하늘이 밤바다 같았다. 석회질 서해 바람이 도시를 어둡게 누르고 있었다. 집창촌 화재 사건은 그 뒤에도 다른 도시에서 다시 발생했다. 음악은 아무 관련 없어도 어떤 기억과 연결되어 연상되기도 ...
(92) Music / John Miles Arco의 음악이 좋아서 그들에 대해서 찾아보니 이미 해체한 밴드다. 런던 출신의 3인조 밴드 Arco는 뜻이 활이다. 이 활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악기가 될 수도 있다. Arco는 활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면서 멜로디를 만드는 것 같다. 저공비행하는 경비행기 같다. 한동안 음악을 듣는 것조차 죄스러운 시간이 흘렀다. 9와 숫자들의 노래 ‘유예’나 들으며 짜부되어 있고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Arco의 ‘Happy new year'를 아무 생각 없이 듣...
(91) Boat Behind - Kings Of Convenience 김동률은 여행을 가기 위해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어떤 날’은 멀리 떠나게 되면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 몇은 여행광이다. 사과 연구원을 하다 사과 수출 업무를 맡아 해외 출장이 잦았던 이재의 사진들을 보며 나는 그가 사진집을 내게 되면 ‘낯선 곳에서의 데자뷔’라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멈춰버린 트럭 같은 표정을 지었다...
(90)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빛과 소금 ‘빛과 소금’하면 장기호와 박성식을 떠올리게 된다. 한경훈의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잊고 있었다. ‘빛과 소금’은 네 장의 앨범을 냈다. 중간에 한경훈이 탈퇴했는데 아마도 장기호와 박성식의 우정을 시기했던 것 같다. 한경훈의 탈퇴 후 4집에서 장기호와 박성식은 ‘오랜된 친구’라는 노래를 함께 부른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 하나밖에 없는 친구 진실한 마음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네’라는 닭살 돋는 가사를 흥겹게 부른다. 한경훈의 탈퇴로 남은 둘은 서로 우정을 과시할 필요...
(89) 모험을 가장한 데이트 / 후추스 구름으로 가장한 UFO에 대하여 들은 적 있다. 그 우주선은 구름을 만들어 구름 속에서 지구를 관찰한다. 사람들은 그냥 구름인 줄 알고 지나친다. 그러다 다른 구름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 들통이 날 때도 있단다. 흘러가는 구름 따라 흘러가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이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맑고 푸른 하늘에 홀로 떠 있는 구름이 있다면 구름으로 가장한 UFO일 수 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재수를 가장한 백수 시절을 보냈다. 재수생이라고 하면 연...
(88) 方向感 / 1976 작년, 중국 2부리그에서 연변FC가 우승하면서 1부리그로 승격되었다. 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었는데 파란을 일으키며 리그 우승을 했다. 그 중심에는 박태하 감독이 있다. 현재 연변 FC는 이름을 연변 푸더로 바꾸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윤빛가람 선수도 현재 연변 푸더에서 활약 중이다. 같은 민족이기에 연변에 마음이 간다. 연변하면 떠오르는 소설가가 있다. 소설가 금희. 그녀는 길림성의 작은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두 개의 언어를 쓰는 경계인...
(87) 단 한 번도 넌 / 스웨덴 세탁소 스웨덴 세탁소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다섯 걸음 걸으면 핀란드 약국, 핀란드 약국 맞은편엔 에콰도르 동물병원, 그 병원에서 탈출한 끼엔이 달려간 아이슬란드 아이스크림 가게, 그 아이스크림 가게 막내딸이 어린이집 버스를 내리는 곳에 있는 아일랜드 편의점, 그 옆에 룩셈부르크 철물점, 룩셈부르크 철물점 앞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가면 모잠비크 찻집, 찻집에 앉으면 보이는 파란색 지붕 너머 우즈베키스탄 독서실, 그 독서실에서 시를 쓰는 재수생이 철 지난 코트를 맡긴 스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