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4차 공판서 모두발언..."과장된 추측일 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고인인 고유정이 범행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살해된 전 남편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후회가 된다면서도, 수사 결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진술을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30일 오후 2시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4차 공판을 열었다.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날 공판에서 고유정은 검찰측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진술 기회를 받았다. 자필로 작성한 8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읽어내려간 고유정은 낭독 도중 연신 울먹이거나 흐느끼기도 했다.

고유정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 그날 이후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이다. 어지러이 꼬여있는 철조망 속 비참하고 암흑같은 현실에서 당장이라도 죽어 없어지는게 낫겠다 싶어도, 제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에 견디고 버텨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고유정은 "공소장에는 제가 그(전 남편 A씨)에게 증오를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 제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혼은 했지만 이미 3년이나 지난 감정이었고, 그 이후 저는 재혼을 했기 때문에 전 남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고유정은 A씨가 살해된 사건 당일의 기억을 시간대별로 증언했다.

전 남편이 굳이 아이와 함께 지내려 했던 펜션까지 따라나섰다고 주장했고, 익숙치 않은 인덕션으로 조리한 카레 요리를 A씨가 함께 먹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와 대치되는 대목이다. 

특히 수박을 썰던 중 전 남편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려 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상해를 가했다는 기존의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전 남편의 당시 발언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곧 방청석에서는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유가족의 울분이 쏟아졌고 고유정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고유정은 "저는 안된다고 거절했고, 아이를 생각하라고 말하며 그가 이성을 되찾기를 바랐다. 저는 엄연히 다른 사람의 여자이기에 멈춰설 줄 알았다"고 흐느끼며 "싱크대 앞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어떻게 해야하나 벌벌 떨면서 고민했지만,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 없었고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고유정은 "그 사람(A씨)이 급기야 흉기를 들고 저를 쫓아왔다. 제게 흉기를 들이대면서 '니가 감히 재혼을 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협박했지만,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흉기를 뺏으려다가 제 손을 크게 베었고, 결국 그를 찔렀다"며 "무섭기도 했지만 동시에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고유정은 "마트에서 물건을 반품한 것도, 저를 잡으러 온 형사에게 '왜요 제가 당했는데'라고 한 것도 그사람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지만 제가 저지른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아빠엄마 없이 살아야 하는 제 아이에게도 너무나 미안하다"고 했다.

고유정은 "교도소에서 뉴스를 보는데 너무 무서웠다. 일상적으로 했던 모든 행동들이 다 이 사건과 관련돼 준비된 것처럼 이야기된 것에 너무 무서웠다. 제가 한 검색, 쇼핑, 사진까지. 검사는 계획범죄라고 추궁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 말도 안되는 말들이 사실인냥 이야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도 죄송하다. 모든 슬픔을 안겨들어 죄송할 뿐"이라면서도 "저는 제가 저지른 죄의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싶다. 과장된 추측으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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