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5차 공판, 상처발생 경위 공방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고인 고유정(37)의 오른손 상처가 고 씨가 전 남편을 공격하던 중에 발생한 '공격흔'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14일 제주지방법원으로 호송 중인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리
14일 제주지방법원으로 호송 중인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리

이날 공판에는 고씨가 출석한 가운데 범행 당시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고씨의 오른손 상처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에 참여했던 강현욱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과 교수, 다친 손을 최초 치료했던 정형외과 전문의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주요 쟁점은 고씨의 오른손에 난 상처가 어떻게 발생했는가로 좁혀졌다. 고씨의 오른손에는 손날에 세 군데, 손바닥에 한 군데, 손등에 한 군데, 새끼 손가락에 한 군데 등 총 여섯 군데의 상처가 나 있다.

고씨 측은 이 상처가 피해자인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휘두른 흉기를 방어하다가 발생한 상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30년 경력의 법의학자 강 교수는 고씨의 상처 중 손날 부위에 난 세 군데의 평행하게 베인 상처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방어하는 과정에서 날 수 있는 상처의 흔적이 아니라는 증언이다.

강 교수는 "보통 가해자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처 부위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팔의 바깥쪽 면에 멍든 상처가 생기든지, 흉기를 방어하는 과정이라면 손바닥으로 막으며 긴 절창(베인 상처)이 생긴다든지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손날 부위에 세개의 평행한 절창이 있는데, 이 상처가 방어 중에 남기 위해서는 세번의 공격 행위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방향과 일정한 강도를 지녀야 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방어하는 과정에 생긴 상처로 보기는 어렵다"고 증언했다.

반면 고씨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 이른바 '공격흔'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칼로 찌르는 형태로 상처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칼로 찌를 시 피해자의 몸에 들어가는 순간에 뼈라든지 흉골이라든지 칼날과 부딪히게 되면 저항을 받게되고, 내리치는 힘에 의해 자기 손이 날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며 "짧은 시간에 3번의 가해 행위가 있었다면 대부분 평행하게 절창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상대가 피를 많이 흘려서 흥건히 묻어있을 때는 손이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검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강 교수는 또 "타인에 의해 칼에 베이거나 찔리는 형태의 손상이 있을 경우 피해자가 이를 피하거나 방어하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인체에 형성되는 상처는 흔히 끝부분이 꺾이는 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이 상처와 같이 다발적으로 상처가 형성되는 경우 상처가 변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고씨의 오른손의 상처는 일자로 곧게 뻗어있어 방어하는 과정에서 난 상처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이에 반해 고씨의 변호인 측은 이 상처가 '방어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고씨 측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성폭행을 가하려고 한 피해자(전 남편)으로부터 칼을 뺏으려다가 오른손에 절창을 입었다고 했다. 손날의 세 군데 상처와 손등에 난 상처 모두 칼을 뺏으려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증언했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가 "손날 부위에 생긴 3개의 절창이 흉기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일정하게 생겼다는 것은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으나, 고씨 측은 "증인의 입장에서 공격흔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일정한 강도로 공격을 당했을 상황 하에 방어흔으로서의 가능성 역시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상처 부위가 곧게 뻗어있다는 점에 대해 고씨 측은 "사건 당시 피고인은 어린 자녀가 함께 있는 상황이어서 피하려는 움직임이나 자리를 뜨려는 움직임을 취하지 못했다"며 "어린 자녀가 근접한 곳에서 다툼의 상황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피고인의 심리를 감안한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맞섰다.

한편, 고유정의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4일 열릴 예정이다. 피해자 유족 측 증언과 CCTV 관련 분석 조사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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