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사선변호사 선임후 대응 방식 급변...사생활 들먹이지만 핵심은 증거의 증명력

첫 공판에서 전 남편의 사생활인 성적 영역까지 들춰냈던 고유정(37.여)이 이번에는 현 남편의 부부생활까지 언급하며 이미 숨진 전 부인의 가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정당방위 입증을 위한 핵심 사안과 별도로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극적인 내용을 연이어 법정에서 공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전 남편 변태적 성행위 덧씌워...현 남편은 전 처 사망 책임론 거론

2차 공판에서 고유정 측은 현 남편 A(38)씨 전 처의 가족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전 처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고 두 번째 아내라는 내용까지 모두 공개했다.

고유정 측은 이를 통해 자신도 현 남편에게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전 처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도 확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다. 

1차 공판에서도 고유정 측은 전 남편 강모(37)씨와 열애부터 결혼까지 둘 사이의 성적인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쏟아냈다.

전 남편이 결혼 생활에서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했다며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까지 꺼내들었다. 피해자가 사망한 이상 객관적인 사실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내용들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고유정은 피해자와 이혼과정에서 이 같은 성적인 문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결국 성폭행 피해 주장은 범행 은폐와 감형을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핵심은 고유정의 계획적 범행 vs 우발적 살해 결정적 증거인 ‘졸피뎀 흔들기’

이번 재판의 쟁점은 계획적 범행이냐 정당방위를 위한 우발적 살해냐 여부다. 고유정은 법정에서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차 공판에서 고유정측은 계획적 살인의 증거로 제시된 혈흔 속 졸피뎀의 동일성을 문제 삼았다. 압수물에서 피고인을 포함한 제3자의 혈흔도 나올 수 있는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고유정의 이불 속에서 피해자의 혈흔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 약독물 검출 감정을 통해 무릎용 담요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을 추가 확보했다.

반면 검찰은 압수물에서 피해자의 혈흔만 관측됐다고 강조했다. 고유정 측이 감정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국과수 감정관 2명과 대검 감정관 1명을 증인으로 불러 입증하겠다고 맞섰다.

증인신문에서 감정관들이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면 피해자의 혈흔 속 졸피뎀에 대한 검찰의 증명력은 한층 높아진다. 반대로 제3자 가능성이 확인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증거인멸 한 펜션서 현장검증 요구...범행직후 찾은 병원 의사도 증인 신청

수사과정에서 내내 기억이 파편화 돼 있다며 구체적 범행 동기와 행위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던 고유정은 2차 공판에서 느닷없이 사건 현장에 대한 현장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1차로 사체를 훼손한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이 현장검증 대상지다. 고유정은 범행 직후 객실을 청소해 증거를 없앴다. 퇴실후에는 업주가 재차 대청소에 나섰다.

고유정측은 펜션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동선, 혈흔 분사 흔적 등을 설명하며 정당방위를 입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혈흔이 지워졌지만 이미 촬영된 사진이 있어 충분히 현장검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방당위 입증을 위해 범행 과정에서 다친 손을 처음 치료한 의사에 대해서도 증인신청에 나섰다. 고유정은 펜션 퇴실 직후인 5월27일과 28일 제주시내 모 정형외과를 방문해 이틀에 걸쳐 손을 치료했다.

고유정은 6월1일 충북 청주에서 체포된 후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치료를 받은 오른쪽 손과 허벅지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관련 의료기록은 증거물로 남아 있다.  

검찰은 이에 맞서 고유정의 상처에서 정당방위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두 의료인의 진술도 정당방위를 다툴 핵심 증언 중 하나다.

◇국선변호사서 사선변호사 교체 이후 돌변...선고까지 재판 예상보다 길어질듯

7월2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국선변호사는 검찰 측 공소사실 중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살해와 시신은닉은 인정하지만 계획적 범죄는 아니고 동기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혼과정에서 피해자를 증오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성폭력 시도에 대항하다가 수박을 썰기 위해 준비했던 흉기로 우발적으로 찔러 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만해도 쟁점 사안에 대한 정리가 끝나면 재판이 상대적으로 일찍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반면 8월12일 1차 공판에서 사선변호인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변호인은 손을 치료한 의사에 이어 현 남편 전 처의 가족까지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더 나아가 고유정 스스로 증거를 인멸한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고유정측에서 재판을 쉽사리 끝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정에 대한 3차 공판은 9월16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 증인인 국과수 감정관 2명이 참석해 핵심 증거인 졸피뎀과 혈흔 감정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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