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임명 전 '이사회 의견수렴' 의무화...이사 임명권도 이사장에 부여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평화재단 조례 개정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논란의 핵심인 '도지사 임명권한'을 대폭 후퇴시키는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7일 오전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 기간 종료에 따른 후속대응을 공유했다.

해당 조례는 현재 비상근 이사장 체제를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다.

기존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에서 임원을 선임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조례 내용이 예고되자 4.3단체를 비롯한 도민사회에서는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도지사가 행사할 경우 4.3의 정치화를 야기하고, 4.3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했다.

지난 2일 관련 조례 공고 이후 20일에 걸쳐 진행된 의견수렴 기간 중에는 총 9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제주도는 이중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대한 조례 수정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지사는 비상근 이사장의 상근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관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비상근 이사장일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실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제주도 감사위원회 역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뚜렷한 책임 소재를 지우고, 제주도와 성과 계약을 맺어 평가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다만, '4.3의 정치화' 우려를 야기한 도지사의 임명권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에 대한 임명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도지사가 행사하지만, 그 이전에 재단 이사진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고 임명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검토중에 있다. 해당 개정을 통해 도지사의 독단적인 임명권한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사 임명권한 역시 기존 조례 개정안에는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를 종전과 같이 재단 이사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수정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29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30일께 개정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조례개정심의위는 한 달에 두번이 열리는데, 오 지사가 이 건과 관련한 특별지시를 내려 심의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여창수 제주도 대변인은 "4.3재단 조례 개정이 도민사회에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 재단이 처음 출발했을 때 출연금이 국비 포함 2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0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체성이 출자출연기관으로 돼 있고, 관련법에 의해 관리·감독이 돼야 하는 측면에서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 대변인은 "단언컨대 오 지사는 재단 독립성과 관련해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 본인은 4.3 관련 개인적인 역할은 다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는 4.3재단이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