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돌입 73개교 급식 중단...빵·우유·도시락 대체

전국적으로 학교 급식조리사와 돌봄전담사, 교무실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급식 차질을 우려한 가운데, 파업 첫날 제주지역 일선 학교 현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어른들이 파업을 주도한다는 비난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노동환경 문제는 훗날 아이들도 겪게될 노동환경의 문제이고 무엇보다 조리사들을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경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로 구성된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날 초·중·고교 73개교의 급식이 일제히 중단됐다.

이중 69개 학교는 빵이나 우유, 도시락 등으로 점심 식사를 대체했고, 나머지 4개교에서는 단축수업이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을 맞아 평소라면 북적였을 학교 급식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신 학생들의 손에는 저마다 챙겨 온 도시락이 들려있었다. 일사불란하게 손을 씻은 학생들은 교실 내 각자의 책상에서 도시락을 폈다.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각 반 학부모회는 혹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학생이 있을까 싶어 여분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 덕분에 점심을 먹지 못하는 학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은 비교적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도리어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좋다'며 서로의 반찬을 나눠먹기도 했다. 몇몇 학생들은 교사에게 반찬을 덜어다주는 풍경도 보였다.

이 학교의 2학년 이모(8)군은 "급식소 선생님들이 일이 있어서 도시락을 싸게 됐다고 얘기를 들었다. 도시락을 먹으니 소풍온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다"면서도 "그런데 직장 생활하는 엄마가 힘드실 것 같아 다시 급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학년인 어린이들은 비교적 이번 사태를 잘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5학년 정모(11)양은 "학교 급식소 선생님들이 임금과 일하는 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한다는 뉴스를 봤다"며 "급식이 중단돼 불편하긴 하지만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읍면지역의 또 다른 초등학교는 급식 대신 빵과 우유로 점심식사를 대체했다.

학교 관계자는 "양이 적어 배고픈 아이가 있을까 우려돼 빵 여분을 넉넉히 챙겼다. 일단 오늘은 잘 버틴 것 같지만, 급식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별도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남매를 둔 학부모 임 모(41. 노형동)씨는 "학교 급식실 봉사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급식 조리사분들의 어려움이 이해된다"며 "당장 학부모로서 불편은 있지만 우리 아이들도 겪게될 지 모를 노동환경문제이니 만큼 원만하게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진 모(39. 용담동)씨는 "본인들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것도 아닌 어린이들의 급식 문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제주지역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총파업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현재까지 4일 급식중단 학교는 40개교, 5일 중단 학교는 29개교로 각각 집계됐다.

초등 돌봄교실 교사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해 214학급 중 100개 학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단, 초등 돌봄교실의 경우 해당 학교 교직원들이 대체 투입돼 혼란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이지만, 근본적인 교섭이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최근 석 달간 교육청과 각 시·도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9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날(2일) 진행된 최종 막판 협상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측 임금교섭 핵심 요구안은 전직종 기본급 6.24% 인상, 정규직대비 근속급 차별해소(근속수상 인상, 근속수당가산금 신설), 복리후생(명절휴가비, 정기상여금, 맞춤형복지비) 등이다. 반면 교육부 측은 기본급 1.8% 인상 외 나머지 사안에 대해 수용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파업기간 중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학교 현장 지원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종합상황실에서는 △파업에 따른 상황 점검 △현장 부당노동행위 사전 예방 △파업에 따른 불법행위 즉각 대처 등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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