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톤 화물트럭 제동력 상실 추정…버스정류장 기다리던 승객들 참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대형사고였다. 

6일 오후 5시 59분께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트럭과 버스 등이 추돌하며 3명이 숨지는 등 60여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대형 사고와 관련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영상을 분석해보면 당시 버스정류장에는 281번(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구간 운행) 버스를 타고 내리기 위한 승객 약 5명이 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281번 버스와 355번(제주대~애월 수산리사무소 구간 운행) 버스가 제주대 사거리 정류장에 차례로 정차하는 순간에 일어났다. 

아라동 산천단에서 제주시 방면으로 직진 중이던 4.5톤 화물트럭이 제동력을 상실한 채 빠른 속도로 신호등 사거리를 지나자마자 앞서가던 1톤 트럭을 들이받고, 바로 이어 막 정차한 355번 버스 뒷부분과 그대로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앞으로 크게 밀려나는 355번 버스는 바로 앞에 정차했던 281번 버스와 충돌했고, 281번 버스에 승차하려고 버스에 다가서던 인도 위의 승객들까지 덮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CCTV 영상에는 사거리 신호등을 빠르게 지나는 화물트럭 오른쪽 뒤편 브레이크 등이 켜진 것이 보이지만,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그대로 버스를 덮쳤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트럭 기사의 경찰 진술과 일치하는 상황이다. 

트럭이 들이받은 충격에 의해 355번 버스가 앞으로 밀려나 그대로 버스정류장에 있던 승객들을 덮친 뒤 버스는 인도 오른쪽 아래로 추락했으며, 화물트럭은 355번 버스를 따라 도랑에 차체가 3분의 1쯤 걸쳐진 채 가까스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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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입구 사거리 사고 개요. [그래픽이미지=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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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355번 버스 모습. ⓒ제주의소리

이 사고로 버스 탑승객 박모 씨(74), 김모 씨(29), 버스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모 씨(32, 경기)가 사망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심폐소생술을 받아 심박동이 회복된 제주대생 김모 씨(21)는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들이 황급히 차에서 내린 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당시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가 난 뒤 몇몇 사람들은 뛰어가서 승객들이 탈출하는 것을 돕고, 학생들이 버스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신고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화물트럭 운전자 A씨(41, 대구)는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화물트럭 기사로 이번 사고가 난 구간은 초행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는 7년 전 학과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제주대로 올라가던 20대 대학생 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악몽같은 사고와 비슷한 모습이다. 

2014년 8월 14일 5.16도로를 내려오던 4.5톤 카고트럭이 브레이크 과열로 제주대병원 교차로를 지나 넘어지면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는 참사가 일어난 바 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기사와 20대 제주대 학생 2명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택시에 타고 있던 대학생 4명은 아라동에서 학교 축제 준비를 하다 함께 택시에 올랐다 변을 당했다.

트럭 운전기사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생수공장에서 삼다수 14팰릿을 싣고 제주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번영로를 이용하지만 사고 차량은 5.16도로를 내달렸다.

당시 트럭 운전기사는 경찰조사에서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하던 중 시동이 꺼졌다고 진술했다.

앞선 2008년 4월 3일엔 제주시 노형동 1100도로에서 수학여행 전세버스가 브레이크 과열로 전세버스 2대가 부딪쳐 학생 등 5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4.5톤 화물트럭 이동 경로. [그래픽이미지=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4.5톤 화물트럭 이동 경로. [그래픽이미지=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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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355번 버스 내부. 사고 충격으로 차량 내부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이번 제주대 입구 사거리 사고와 같이 대형 차량은 곡선 형태의 굽은 길이 반복되고 내리막 구간이 긴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할 경우 브레이크가 파열되거나 제동력이 감소하는 ‘페이드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경찰은 이번 사고 역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화물트럭 운전자 진술을 토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밀점검에 나서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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