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반환점 돈 제2공항 경청회 무용론까지, 행사 방식 전환 등 필요성 뒤따라

지난 6일 서귀포시 강정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도민경청회 현장. ⓒ제주의소리
지난 6일 서귀포시 강정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도민경청회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도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 찬반 갈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고성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현 시점에서 경청회의 적정성과 효능에 대한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한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는 지난달 29일 제2공항 입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 이어 지난 6일에는 서귀포시 강정동 청소년수련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당초 경청회는 성산읍과 서귀포시, 제주시 등 총 3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의견 수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제주시 서부지역까지 추가하며 4회차까지 진행키로 했다. 총 4회 중 2회까지 진행됐으니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셈이다.

그러나, 찬반 측이 서로를 자극하고 심지어 파행까지 빚은 상황에서 경청회나 의견 제출의 방식에 있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경청회는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설명 이후, 찬반 양 측 대표자가 각각 의견을 피력하고 참석한 플로어에 발언권을 부여하는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발언 시간도 철저하게 맞추고, 플로어 발언권도 찬반 측에 번갈아가며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중이다.

찬반 단체들도 이번 경청회에서만큼은 불필요한 충돌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혀왔다. 제주도 주재로 마련된 자리인만큼 도민들을 설득하는데 치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상대 진영을 자극할만한 현수막이나 피켓 등도 일절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바람과는 달리 정작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양 측의 충돌은 막을 길이 없었다. 반대 측 인사가 발표할 시 찬성 측 참가자들이 발언을 방해하고, 반대측 참가자들이 다시 이를 되치는 구도가 반복되면서다. 이 과정은 단순 의견 피력이 아닌 고성과 욕설, 인신공격까지 난무했다.

6일 강정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경청회에서 교복을 입은 한 청소년의 발언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서귀포에 거주하는 해당 청소년이 제2공항 반대 의견을 밝히자 찬성 측 참가자들이 "학생 맞냐", "몇 살이냐", "왜 여기에 왔느냐"는 식으로 몰아세웠고, 한 인사는 "어린 학생들을 (반대 단체가)동원하고 있다"고 쏘아붙이며 행사장은 한순간에 격앙됐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기계적으로 찬반 의견을 반복해서 청취하는 경청회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행사장까지 직접 찾아온 이들이 현장에서 찬성 내지 반대 의견을 듣는다 한들 생각을 바꿀리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의견제출 역시 표본 오염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제주도는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비롯해 경청회 현장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의견제출서를 접수받고 있다. 6일 경청회 이전까지 5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견제출서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의견을 적어내는 형식을 띄고 있다.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의견제출서를 내거나, 여러 장의 종이더미를 한꺼번에 제출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의견제출서는 찬반 의견의 비율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표본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주소나 전화번호를 일일이 대조해보지 않는 한 개인의 의견인지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강원보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은 "현재와 같은 형식으로는 경청회에 참여할 이유가 없게 됐다. 도민들에게 제2공항의 문제를 알려가기 위해 최대한 참여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찬반 간 세싸움에 불과하지 않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위원장은 "어떤 방식으로 형식을 전환해야 할지 우리 안에서도 내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행사 전면 보이콧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하는 송창윤 제주도 소통청렴담당관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같은 의견 수렴의 장은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며 "경청회의 의미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담당관은 "경청회가 두 차례 진행되면서 문제점도 발견된만큼 원활한 진행 방식을 위해 의견을 듣고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