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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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⓵ 임안순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우리는 호흡하고 활동하며 살아가는 동안 어떠한 경우에도 공동체(共同體, community)라는 집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많은 토론과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 하나.
참여정부 시절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키워드는 분권과 균형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를 얘기하고 있고, 원희룡 제주도정은 협치를 내세우고 있다.

실상 그들이 내세웠던 가치는 새롭지 않다. 항상 우리의 생활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음에도 이를 에너지화하는데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들은 성숙된 인간공동체에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원초적 가치임에도 제대로 발현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내세워진 선언적인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공동체 활성화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공동체가 존재하지만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모아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문제는 별개다. 그 힘이 융복합되고 슈퍼파워의 동력을 창출해야 됨에도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끝도없이 공동체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도의 환경이 불과 십수년전과는 너무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 에너지가 모아져야 미래의 제주를 담보할 수 있다.

제주도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되어 왔다. 특히 농어촌마을에 농촌체험관광을 전제로 한 사업들이 집중적으로 추진되면서 많은 농어촌마을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이라는 사업들을 시작으로 하여 40억~70억원까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서 3~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추진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까지 경쟁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들을 유치해왔다. 이 모든 사업들의 공통점은 공모에 응모해서 사업대상지로 선택되어지는 이른바 과거의 하향식 사업에서 상향식 사업으로 전환된 형태의 마을공동체활성화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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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년이란 경험밖에 없지만 거의 모든 마을들이 상향식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응해 나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비슷비슷한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하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며, 타깃이 누구이며,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시행착오라고 여겨진다.

부분적으로 농촌체험관광에 스타마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다수의 마을들은 사업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 사업의 본질적인 목표가 왜곡되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쩌면 제주의 농촌마을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사업들이 내륙 지방의 농촌에 맞추어서 정책이 입안됐기 때문에 우리의 농촌과는 접목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의 반복은 제주형 마을만들기의 모델을 창출해나가는데 필요한 산통일 수도 있다.

다만 농촌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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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안순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 제주시마을만들기 워킹그룹 위원.

바로 '농촌다움의 유지보존'이다. 이 대전제를 망각한 채 사업을 추진해서는 우리의 농어촌은 국적불명의 어정쩡한 마을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제주시가 추진했던 소규모공동체 활성화 사업처럼 비슷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비록 소수이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이제 제대로운 공동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기대를 하게 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들이 공동체사업에 녹아들어가 허상의 무지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현할 수 있는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2016년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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