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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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의회에서 열린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 세미나.
[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⑪ 라해문 마을활동가 "다양한 주체 힘 모아야"

마을만들기가 일반화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중간조직이 전국적으로 앞 다투듯 생겨나고 있다. 행정과 민간, 민간과 민간을 이어주고, 마을만들기 참여자들의 역량을 지원하는 조직이 생겨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중간조직은 일반적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에 생기기 시작한 중간조직들은 2013년 한국마을지원센터협의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제주도 역시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을 만들어 민간의 마을만들기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제주에도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다양한 마을 사업이 일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도 역시 2008년부터 특별자치도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만들어 마을발전을 지원해 왔다. 2013년에는 지원제도를 정비하고 5단계 마을발전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직된 행정의 지원은 민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해 ‘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 지원조례’를 정비했다.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의 설립과 지원을 통해 보다 마을발전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만들어지는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은 크게 4가지 영역에서 마을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민들의 자치력과 자발적 사업시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민역량교육과 마을활동가 육성이다. 두 번째는 문화, 복지, 환경, 경관, 소득, 체험 등의 다양한 마을사업 영역의 컨설팅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마을지원사업이 종료된 마을들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후관리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마을단위로 국한되었던 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민 구성원이 참여하는 소규모 공동체 지원사업을 통해 마을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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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지 견학 모습.
중간조직은 민간위탁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의 역할을 담당할 단체와 법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반면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인적역량이 결집돼야 한다. 필요한 지원사업 영역에서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춘 사람이 결합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에 몇 명의 실무자를 배치한다고 해서 앞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업 영역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일은 할 수 있겠지만 주민과 마을이 원하는 협력방식이 이루어질지 의문이 든다. 행정과 전문가들은 이들의 지원자이면서 협력자여야 한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주어진'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중간조직이 제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주민과 마을을 만나야 한다. 이럴 때 마을만들기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현재 운영중인 5단계 마을지원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마을활동가를 육성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후관리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 공동체 지원사업은 마을활성화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으로 국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적경제영역과 도시재생영역, 지역균형사업영역, 6차 산업 활성화 영역과의 연계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사람 중심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행정과 마을, 단체와 법인들이 상호간의 지원과 협력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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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해문 마을활동가.
제주도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간조직이 만들어지면 마을지원의 획기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에 무엇이든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에도,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제도를 만들고, 행재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조직을 설립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운영하는 주체를 잘 선정하고 마을지원에 필요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마을만들기 중간조직에 거는 기대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 라해문 마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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