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제주도 예외 없이 들썩인다. 마을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지만 그 생김새는 물론 관점 역시 다르다. 지난해 1년간 제주시에서 마을만들기워킹그룹이라는 자문조직이 활동했다. 마을활동가, 마을사업, 복지, 아동, 청소년, 공공디자인, 언론, 문화, 푸드, 전시, 휴양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주의 마을을 이해하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의 마을만들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느꼈던 경험들과 한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워킹그룹 위원 12명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해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을만들기가 내실있게 추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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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릴레이 기고] ⑫ 전국 본보기 가능성 충분

마을이란 단어에는 편안함, 친근함이 포함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노형정든마을, 미리내마을, 뜨란채마을, 중문주공푸른마을 등 도심지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마을이란 단어는 흔하게 사용된다.

마을이란 단어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용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시골마을처럼 공동체를 형성해 그들만의 일체감, 소속감을 높이고자 함이 아닐까 한다.

우리사회는 소득의 양극화, 농어촌마을의 고령화,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더불어 이 같은 현안의 대안으로 지역 주민 중심의 ‘마을만들기’가 부각되고 있다.

‘마을만들기’ 안에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만큼 그 형태도 다양하다. 

도시 지역에서 행해지는 골목가꾸기, 담장정비, 담장벽화그리기, 통학로 확보운동 등과 같은 마을만들기와 농어촌지역에서의 마을안길청소, 폐비닐 수거 등 공동체 활동과 행정예산을 지원받아 마을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마을 만들기의 예로 포함된다. 말 그대로 광범위한 외연을 갖고 있다.

행정적 측면에서 제주도는 2009년 제주특별자치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14년 8월 각 행정시에 마을만들기 추진팀을 신설했다. 이밖에  마을만들기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제주시는 워킹그룹, 서귀포시는 매력있는 포럼)하고 마을사업 현장컨설팅, 현장포럼 참여, 공동체 활성화 방안 모색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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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과 함께 마을사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
하지만 아직도 도내 마을만들기 사업이 성숙됐다거나 큰 결실을 얻었다고 평가하는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시작 단계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앞에서 확인했듯 제주도의 마을만들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행정은 물론 복지, 아동, 청소년, 문화, 미디어, 소통, 디자인, 로컬푸드, 마을기업 등 마을의 발전은 선택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마을이 어떤 모습으로 마을을 만들어 가든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먼저 어떤 사업을 하든 마을만들기 사업 필요성에 대한 지역주민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 없이 몇몇 리더들을 중심으로 마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소통 부족으로 인한 마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아주 비일비재 하다. 심한 경우 공동체까지 와해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외부의 지원자금에 대한 목표의식 과다로 일부 리더들만이 주도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결과적으로는 마을에 재앙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공교롭게도 마을에 자금이 유입되는 순간 사업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마을 구성원간의 주도권 혹은 갈등의 시작이라는 후유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로 마을만들기 사업은 하드웨어보다는 휴먼웨어가 핵심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마을사업을 한다거나 공동체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은 마을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사업을 스타트 할 수는 있지만 그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속적인 역량강화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마을을 살리고 어떤 프로젝트든 중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자립역량의 중요성이다. 행정과 주민중심의 활동이 상당부분 접점을 맞이하고 있는 단계에 와있다. 행정의 지원을 마중물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주민 주도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 각자가 중심이 되어 마을의 사업 역량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시기를 앞당기면 앞당길수록 마을의 발전 가능성은 빨리 열린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마을만들기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제주도 전체가 이주민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새로운 주목을 받는 것처럼 제주도의 마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제주에는 공동체 전통이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많이 남아있다. 또한 마을마다 혹은 제주 전체가 가지고 있는 공유자원이 마을의 다양한 가능성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의 마을은 규모면에서 육지의 마을은 경쟁을 불허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동감 있는 실체를 가지고 있다.

육지에서 제주를 주목하는 것처럼 제주의 마을을 주목하는 이유는 역시 육지가 가지 않은 길을 제주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제주의 마을은 방향에 따라 충분히 가치 있는 전국의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분명해 보인다.

제주의 시대가 오듯 제주 마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제주시 마을만들기 워킹그룹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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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보호수를 둘러보고 있는 워킹그룹 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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