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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물해변 부적절 행정 변상금 폭탄 후폭풍…적극행정 실종 보신주의 팽배 우려

원희룡 지사 “지휘책임 놔두고 하위직에만 책임전가..정의롭지 못해” 재심의 청구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곽지과물해변 풀장과 관련해 사상 초유로 담당공무원에 철거비용으로 4억원대 변상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한 일벌백계는 당연하지만 지휘감독 책임은 놔두고 하위직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도정 최고책임자인 원희룡 지사까지 ‘재심의’ 요청 의사를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는가하면 공무원노조도 법적대응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6일 SNS를 통해 “감사위원회의 변상명령은 부적절하다”며 재심의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물해변 해수풀장은 제주시가 특별교부세 3억원, 자체 재원 5억원 등 총 8억원을 투입해 곽지과물해변에 2000㎡ 규모로 조성하는 위락시설이다.

너비 15m, 길이 30m와 너비 15m, 길이 12.5m의 성인풀장 2곳과 너비 15m, 길이 19m의 유아풀장 한 곳, 급·배수시설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제주도는 제주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착공 후 4개월이 지나서야 확인한 뒤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김병립 제주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고, 지난 6월 원상 복구했다.

문제는 감사위원회의 ‘변상’ 조치 요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5일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에 대한 특정감사를 마무리하고, 철거비용 등 총 4억4000여만원을 담당공무원들에게 변상하라는 조치를 제주도에 요구했다.

제주에서 담당 공무원의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해 거액의 변상조치 결정을 내린 것은 초유의 일이다.

곧바로 공직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위법한 행정행위에 대한 징계는 필요하지만 거액의 변상금을 물게 한다면 누가 ‘적극행정’을 펼 수 있느냐는 항변이 이어졌다.

서기관급 A씨는 “물론 잘못된 행정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한 사업을 추진한 대가가 거액의 변상금이라면 어느 누가 적극 행정을 펼 수 있느냐”며 “그렇지 않아도 보신주의가 만연한 공직사회가 더 복지부동 행정을 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위직 B씨도 “행정절차상의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변상 판정은 정책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책 결정권자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위직 실무자에게만 거액의 변상금을 물린다면 어느 누가 민원인의 입장에서 행정을 펴려고 하겠나. 나라도 앞으로는 소극행정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도정 최고 책임자인 원희룡 지사도 이번 감사위원회 감사결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휘감독책임은 놓아두고 하위직에 책임을 전담시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더구나 이 공사는 정치권과 지역주민이 민원사업이라고 압박을 가한 성격이 큰데, 실행한 공무원만 책임지우면 사건 원인이 흐려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또 “일벌백계는 필요하지만 극단적으로 지나치면 안 된다. 이익을 얻은 게 아닌데 (변상 요구를 받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전 재산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변상금액은 과하다”고 감사위원회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결정권은 감사원에 있다. 적정조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공무원노동조합에는 이번 감사위원원의 변상 결정에 대해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책결정이 담겨진 사업계획 결심보고서 정보공개 청구를 비롯해 변호사 선임을 통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정책결정에 따라 행정을 집행했음에도 실무자에게만 변상 명령을 내리고, 이게 실현이 된다면 앞으로 누가 적극행정을 펼 수 있겠느냐”면서 “만에 하나 법적소송에서 지더라도 이 문제는 공직자 누구나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공직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동료의식을 가지고 모금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직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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