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피해아동 부모들에 사과, ‘왜 그랬냐’ 물어도 “해명 없이 사과만” 분통…폐쇄회로 자료 복원 요구
아동학대 논란이 제기된 제주도내 모 어린이집이 상황 설명을 하겠다고 피해 아동 학부모들을 부른 자리에서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중인 교사 5명이 부모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체적 해명이나 아동학대 경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교사들의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모 어린이집은 학대피해 아동 부모들을 대상으로 10일 오후 해당 어린이집에서 사과 및 경위설명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현재 해당 어린이집은 아동 13명이 학대당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교사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입건된 교사 2명의 경우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어린이집을 찾아간 피해 아동 학부모 A씨에 따르면 사과에 나선 가해 교사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왜 그랬냐는 물음에 "죄송하다"는 답만 되뇌었다.
어린이집 원장 B씨 역시 이 상태가 될 때까지 전혀 몰랐다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해 아동 학부모는 언제부터 아동학대가 이뤄졌냐는 물음에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되자,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과거 폐쇄회로(CC)TV 자료 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상황울 설명하겠다고 불러서 갔더니 아이들을 학대한 경위에 대해선 정작 별 설명이 없었고 그저 죄송하다는 사과만 했다. 이럴 거면 시간 아깝게 왜 어린이집까지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대책이 없다”며 “심하게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많다. 피해아동 부모들의 공동대응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주로 2~3세 반에서 이뤄졌으며, 피해 아동 중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교사들이 아동의 손을 잡고 끌고 다니는 모습과 더불어 아동의 배와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엉덩이를 차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기자가 확인한 CCTV에서도 가해 교사들은 닫혀 있는 투명한 유리창 넘어 다른 반 아이들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문을 열어 움찔하는 아이의 팔을 낚아챈 뒤 손으로 복부를 4~5차례 가격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간식을 먹기 위해 앉아 있는 아이가 간식을 잘 먹지 않자 교사가 아이의 몸통을 발로 차거나, 앉아 있는 아이를 그대로 팔을 잡아당겨 질질 끌고 가 다른 곳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피해 아동 부모 강승훈 씨(가명, 40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어 어릴 때부터 아픈 딸이라 가뜩이나 신경 쓰였는데, 그 말 못 하는 아이가 살려달라는 말을 할 때 왜 조금이라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가슴이 미어진다”고 억울함을 표한 바 있다.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지난 6일 사과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 관리자로서 역할을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과 제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매달 소속 교사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진행했고, 관련 체크리스트도 진행해 왔다. 심리치료 등을 통해 교사들의 보육 의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학대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8일 공식 청원이 진행돼 10일 밤 10시 기준 4000여 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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