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 여부, 전문기관 통한 엄밀한 검증 필요 / 강영진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제주도민들 사이에 제2공항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환경과 도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궁극적으로 도민들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오영훈 지사가 제2공항 갈등해결의 핵심 원칙으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실제론 여의치 않은 문제다. 제2공항은 중앙정부의 사업이다. 따라서 모든 결정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 법률적으로 제주도는 관련 절차상 의견을 듣는 대상 정도에 불과하다. 오영훈 지사가 취임 전후 제2공항 문제에 관한 도지사의 권한에 회의적 소회를 내비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과거 원희룡 지사도 국토부를 상대하며 자치단체장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실제 도민들이 자기결정권을 갖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지난 정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민들이 의견을 모아주면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반면, 현 정부는 대선과정에서 “성산 제2공항 조속 추진”이란 공약을 내걸면서 한쪽 편에 선 상태다. 그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도민들이 결정권을 갖기 힘들게 돼 있다.  

그런데도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것은 왜인가? 바로 갈등의 힘 때문이다. 갈등이 클수록 강력한 자장과 흡입력, 긍정적 반향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 이치를 약술하면 이렇다.  

제2공항은 중앙정부의 사업이다. 추진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책임도, 해결의 의무도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조속 추진’이란 공약으로 한쪽 편에 가서 서버렸다. 불편부당한 공정한 정부로서 갈등 해결을 위한 조정역을 마다하고, 스스로 갈등 당사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제2공항 사업 강행’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도 그대로 사업 추진이 보장되진 않는다. 과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끝내 접어야 했던 이명박 정부의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2공항 문제는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 갈등구조와 양상 등 여러 면에서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거나 강행한다고 정리될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두기엔 갈등이 너무 오래 지속됐고 심각한 실정이다. 결국, 이 난국을 타개해 갈등 해결의 길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측이 주도권을 갖고 힘을 얻게 돼 있다. 

갈등 해결의 책임이 있는 중앙정부가 안하고 못하고 있으니, 제주도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힘도 그 과정에서 나온다. 도지사의 진정한 힘과 권한은 법전이 아니라 도민들에게서 나온다.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대변할 때 중앙정부도 무시못할 막중한 힘이 실리게 된다. 

오영훈 지사는 이미 국회의원 시절 당정협의를 통해 제2공항 문제해결의 길을 이끌어내며 그런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는 도지사로서 제2공항 찬성-반대로 나뉜 도민들을 두루 아우르며 갈등해결 과정을 주도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함으로써 중앙정부도 그 결과를 존중하고 인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도민의 자기결정권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보되게 된다. 

그럼, 제2공항 갈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2공항 갈등의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다. 이 쟁점들을 단계적으로 해소해나가면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갈등이 매듭지어질 수 있다. 그런 갈등해결 과정을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쟁점 1. 제주도의 적정 방문객 숫자는?

첫째, 제2공항 관련 논란과 갈등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쟁점은 제주도의 관광수용력, 환경수용력에 관한 것이다. 제2공항에 찬성하는 측은 관광객이 더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측은 환경수용력이 이미 포화상태니 공항을 더 지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어느 정도의 방문객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의 경제와 환경, 생활여건 등 여러 면에서 적정한가 하는 문제다. 제주관광공사의 2018년 연구에 의하면 연간 방문객이 1,990만명을 넘을 경우 관광수입 등 편익보다 환경부담 등 비용이 더 커져 오히려 손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참고로, 국토부의 제2공항 계획은 사잔타당성조사 직전인 2014년에 동일한 연구팀(한국항공대, 유신코퍼레이션)이 수행한 「제주항공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는데, 이 수요조사는 당시 증가일로였던 제주 방문객 추이를 그대로 반영한 단순 수요예측 성격이었으며, 제주의 환경수용성을 감안한 적정 방문객 수준을 산정하는 식의 수요관리 개념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적정 방문객 규모를 설정하는 작업은, 먼저 전문기관의 연구를 토대로 일반 도민과 산업계, 시민환경단체 등 각 분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완-조율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도의회에서 조례로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적정 항공수요가 산출되고, 그에 맞춰 공항 확충 규모와 확충 방식을 정하면 된다. 비단 제2공항 문제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미래비전과 도시계획 등 제반 정책‧계획 및 행정도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립-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영훈 지사도 이미 이 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6월말 제주도인터넷신문  4사와의 인터뷰에서 제2공항 갈등해결 방향을 제시하면서, “항공인프라 개선은 제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점으로 삼고 판단해야 한다.”고 못박고, “관광객 적정 규모는 연구용역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고려해 산정해야 할 부분이다. 기반시설과 교통인프라, 자연환경, 도민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규모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영훈 도정이 선정한 101개 정책과제 중 7, 8번은 전임 원희룡 도정이 만든 기존의 「미래비전」을 재설계하는 내용이다. 특히 “8.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미래비전 재설정” 과제는 이와 같이 우선 적정 방문객 규모를 설정한 뒤 그것에 맞게 분야별 미래비전의 세부 내용을 재설정하는 형태로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쟁점 2. 현 제주공항 확충하면 추가 항공수요 충족 되나? 

둘째, 제2공항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성 문제다. 국토부는 기존 공항의 확충이 불가능하니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현  공항 확충으로 추가 항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니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애당초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 때 관련 연구를 의뢰받은 파리공항공단(ADPi)은 기존 공항 확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문제는 과거 「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에서부터 국토부와 도민회의 간에 논쟁이 시작된 이후 2020년 10월 이틀간의 생방송 토론회에서 양측이 최종 집중토론을 벌이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 문제는 양측 간 토론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엄밀한 검증을 통해 쟁점이 해소되도록 하는 것이 맞는 사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과거 도지사 시절 필자와의 면담에서 여러 차례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안해, △제주도‧국토부‧공항공사‧비상도민회의 그리고 찬성단체도 참여하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외국의 중립적이고 권위 있는 전문기관을 선정해 △앞서 산정된 추가 항공수요만큼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과 소요 기간‧비용 등을 제시하도록 하고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단이 검토-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검증작업은 앞의 1단계 과제(적정 방문객 규모 설정)가 완료되는 대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단계 쟁점 해소과정에서 향후 예상되는 추가 (적정)항공수요가 산출되면, 기존 공항 확충을 통해 그런 추가 항공수요 충족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기존 ADPi 연구보고서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일보다 훨씬 단순명료하고 검증 대상 및 범위가 분명해 가부간의 결론이 명쾌하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적극 나서서 위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면 논란과 쟁점이 해소되고, 전문가들과 도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결론 및 합의가 도출됨으로써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게 된다. 만일 그래도 이견이나 논란이 남을 경우 주민투표 또는 해당 사안에 맞는 절차를 통해 적절히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 강영진 원장은?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국토교통부 위촉으로 「공항갈등포럼」 위원장,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 구성한 「제2공항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기획‧주관한 바 있다. 현재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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