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2공항 갈등 해결, 오영훈 지사가 나서야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 의해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강행론자인 원희룡 전 지사가 국토부장관에 임명될 때부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더 큰 갈등을 막으려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해온 오영훈 지사의 결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제주의소리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 의해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강행론자인 원희룡 전 지사가 국토부장관에 임명될 때부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더 큰 갈등을 막으려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해온 오영훈 지사의 결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

시민사회의 예상이 적중했다.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제주 제2공항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환경부에 의해 퇴짜를 맞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중대한 하자였기에 치유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국토부의 판단은 달랐다. 2억4000만원을 들여 보완 가능성까지 ‘연구’한 끝에 기어코 판을 뒤집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원희룡(장관)의 국토부에서 (환경부의)반려 결정을 뒤엎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도 정권의 입맛대로 가공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보고서가 아닌 거짓과 부실로 점철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방선거(6·1) 이튿날 논평을 통해 제기한 우려가 채 한달도 안돼 현실이 되었다. 논평은 오영훈 당선인에게, 이제 도백에 올랐으니 그만 모호한 입장을 버리고 민의를 받들라는 내용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국토부는 오영훈 지사의 취임식(7·1)까지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잔칫상에 재를 뿌린 격이었다. 평가서 최종보고회는 취임 이틀 전인 6월29일 열렸다. 보고회 일정은 항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짐작은 가지만, 제2공항에 대한 오 지사의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허나, 그간 누누이 ‘도민 결정권’을 강조한 것으로 봐서는 분명 찬성과는 거리가 멀다. 숱하게 진행된 여론조사로 민심은 이미 판가름난 상태다. 더구나 오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9년 2월, 훗날 공식 여론조사로 이어진 바로 그 ‘당정합의’를 이끈 장본인 아니던가. 

‘단 1%도 신뢰할 수 없는 셀프 결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짓’….

국토부가 견강부회식 판단을 내리자 시민사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나, 사실 국토부의 결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제2공항 조속 추진을 제주지역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후 제2공항 강행론자인 원희룡 전 지사를 국토부장관에 앉힘으로써 알박기를 한 형국이다.

제2공항을 둘러싼 숱한 의혹에도 “제주의 경제지도를 바꿀 것”이라며 건설의 당위성을 주창했던 원 전 지사는 지난해 공식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수치로 확인됐는데도 국토부에 ‘정상 추진’ 의견을 냈다. 여론조사 직후 결과를 수용하는 듯 했던 원 전 지사는 불과 21일만에 태도를 바꿔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혹자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전국적 승리를 거둔 것과 달리 제주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밀렸고, 도지사 선거에서도 여당이 패한 점을 들어 제2공항 강행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국토부가 귀담아들을리 만무하다.

어찌보면 만시지탄이다. 질질 끌 일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때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갈등을 묻어뒀다. 

“협의에 필요한 중요 사항이 누락됐거나 보완이 미흡했다”

지난해 7월20일 환경부가 평가서를 반려하면서 밝힌 내용은 치명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비행안전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등 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된 사항들에 대해 국토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평가서였다. 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국토부인들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이 때 답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또 보완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평가서 반려 후에도 국토부는 2022년도 제2공항 예산(기본 및 실시설계비) 425억원을 편성하더니 8월 중순에는 노형욱 장관이 또한번 ‘수상한 연기’를 피웠다. 

현 제주공항이 전 세계에서 제일 핫(Hot)한 공항이라고 했다. 이윽고 전략환경평가서 보완을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제2공항 찬성, 반대가 거의 반반이라며 지역 여론을 교묘히 비틀기도 했다. 봐주기 민망할 정도였다.

언젠가 ‘도지사의 결기’를 주제로 칼럼을 쓴 바 있다. 약 2년전, 원 지사 재직 시절이다.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먼저 도민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보겠다고 원 지사가 선언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도백으로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우는 모습,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뜨고 싶어하는 입장에서도 나쁜 그림이 아니었다. 

허상(虛想)임을 알고 있었으나, 현실은 정반대로 펼쳐졌다. 원 지사는 때로 국토부와 각을 세우다가도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완전히 일치했다. 

어쩔 수 없다. 이젠 오 지사가 나서는 수 밖에 없다. 

국책사업에 도지사가 갖고있는 권한이 무어냐며 소극적으로 임할 일이 아니다. 마냥 때를 기다리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제2공항 갈등 해결을 ‘공동체 회복’ 분야 전략 과제로 삼지 않았던가. 시간이 해결해주기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민심과 반대로 가는 지금의 상황은 더 큰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권한의 한계 등으로 인해 고민이 적지않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도백이 더욱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문득 자치단체장의 역할을 떠올려본다. 아울러 지방자치의 참 의미를 되새겨본다. 언제 어디서든 민심을 떠받들겠다는 ‘도백의 결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오 지사가 조만간 원 장관과 만나 제2공항에 대해 대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동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