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잡히자 제주도 ‘정문 봉쇄’…주민들 여러 차례 시도 끝 우회 진입 성공
법원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인용, 주민들 “법원 판결 불복종” 반발 격화

월정리 마을회와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 월정리 주민들은 2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거세게 항의한 뒤 출입구가 봉쇄된 도청 진입을 시도, 현관에 들어가 시위를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월정리 마을회와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 월정리 주민들은 2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거세게 항의한 뒤 출입구가 봉쇄된 도청 진입을 시도, 현관에 들어가 시위를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두고 지역주민들과 행정 사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주민들이 29일 오전 10시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잡자 제주도는 정문 출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봉쇄했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탓에 주민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로 시간과 장소를 옮기면서 충돌은 빚어지지 않는 듯했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뒤 도청 진입을 시도하며 우려했던 마찰이 빚어졌다.

제주도는 직원들을 동원해 현관을 막고 정문 출입구를 봉쇄하는 조치를 단행했으며, 주민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려 시도하다 다른 출입구로 도청 진입에 성공, 현관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시공사가 주민 14명을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 인용된 것과 관련해 공사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이같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 결정에 따라 채무자가 된 마을주민 14명은 동부하수처리장 진출입로에서 공사 방해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0만 원의 금전적 배상도 해야 한다.

이에 시공사 측인 대저건설은 전날인 28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주쯤 뒤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리케이드로 봉쇄된 제주도청 정문 출입구 진입을 시도하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반대 단체와 주민들. ⓒ제주의소리
바리케이드로 봉쇄된 제주도청 정문 출입구 진입을 시도하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반대 단체와 주민들. ⓒ제주의소리
이날 주민들은 제주도가 정문 출입구를 봉쇄하자 우회 진입을 시도, 성공한 뒤 현관에서 항의 시위를 이었다. ⓒ제주의소리
이날 주민들은 제주도가 정문 출입구를 봉쇄하자 우회 진입을 시도, 성공한 뒤 현관에서 항의 시위를 이었다. ⓒ제주의소리

관련해 월정리 마을회와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 월정리 주민들은 도청 진입에 앞선 2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법원은 전체 사건 개요보다는 제주도와 시공사 간 계약만 근거 삼아 결론을 냈다. 이는 헌법 정신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시민 저항권에 크나큰 도전”이라며 “우리는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잘못했고 무엇이 불법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가처분은 그야말로 임시처분이다. 공사재개를 허용했을지라도 사업 전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문화재보호법과 세계유산법,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들은 증설공사 허가를 받을 당시 공사대상 문화재를 가까운 용천동굴이 아닌 멀리 떨어진 당처물동굴로 신청해 허가를 받았기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예정지는 분뇨처리 오폐수처리시설로 허가받지도 않고 문화재 심의도 받지 않아 공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문화재청은 제주도에 공사에 관한 내용을 보고하라 했음에도 제주도는 이를 어겨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시공사를 내세워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어떻게든 공사를 강행해 일을 끝내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공사를 내세워 갈등의 뒤에 숨은 것은 도민에 대한 탄압이며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후보 시절 세계유산 보호에 앞장서며 월정리 주민의 처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오 지사는 숨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사는 허가 무효에 해당한다. 고령 해녀들이 길바닥에서 불침번을 섰고, 님비라는 멸시를 받았다. 이는 폭력”이라며 “의혹과 불법으로 이뤄진 공사를 막는 것은 정당방위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행하는 공사를 저지하려는 주민들에게 시위 한 번에 100만 원을 내라는 법원 판결은 부당하다”며 “월정리 사람들만의 문제로 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과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이번 결정에 마땅히 불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부하수처리장은 약 5년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수차례 공사중지와 착공이 반복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2017년 9월 26일 공사 착공 이후 같은 해 12월, 2021년 4월, 올해 8월 등 주민 반대로 세 차례 중지된 바 있다. 

월정리 마을회와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 월정리 주민들은 2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제주의소리
월정리 마을회와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 월정리 주민들은 2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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