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장대로면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 초래할 수 있어”

제주4.3특별법상 특별재심과 직권재심 대상이 아닌 고(故) 한상용 재심 사건이 개시 결정됐다. 재판부는 “전화 한통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는 19일 고 한상용의 아들 한모씨가 청구한 재심사건 개시를 결정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살던 고 한상용은 4.3 당시 경찰에 끌려가 1950년 2월2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정법령 제19호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에 처해진 4.3 피해자다. 

만기출소한 고 한상용은 3남매를 둬 2017년 생사를 달리했다. 고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 등으로 별다른 직업을 갖지도 못했다. 

고 한상용의 아들 한씨는 재심을 청구하면서 “평소에 말이 없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4.3 때 일을 얘기했다. 당시 고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 ‘네’, ‘네’라고만 대답했는데도 고문을 받았고, 결국 교소도에 수감됐다고 하셨다”고 진술했다. 

고 한상용은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피해자라서 4.3특별법상 특별·직권재심 대상이 아니라서 아들 한씨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한씨의 진술이 전문진술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없어 제출된 자료만으로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고 한상용의 재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재심개시결정문을 통해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재판부는 아들 한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자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는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영장이 없는 불법 연행이나 수사, 고문 등이 다반사였다. 피고인(고 한상용)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았다고 가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제주4.3처럼 70년이 넘는 과거의 일에 대한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따질 경우 자칠 재심제도의 필요성이나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검찰은 사실조회를 통해 피고인에 대한 불법구금·가혹행위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조회는 통상 수년이 걸리며, 사실조회가 아니라 담당 행정기관의 전화 한통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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