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오는 12월 고 한상용 재심 심문기일 진행키로

제주4.3 재심 사각지대의 첫 사례로, 돌고 돌아 광주에서 재심 절차를 밟는 사건을 검찰이 또 외면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2부는 오는 12월 고 한상용 유족들이 청구한 4.3 재심사건 심문기일을 예정했다.  

심문기일 지정에 앞서 변호인 측은 재심의 정당성을 서면으로 제출했으나, 광주지검이 재심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검은 제주지검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재심에 부정적인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상용은 4.3 당시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경찰에 끌려가 옥살이한 4.3 피해자다. 1950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형에 처해졌다. 

만기 출소한 뒤 3남매를 둔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 2017년 생사를 달리했다. 한상용은 4.3 피해 사실을 숨기면서 희생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상용이 삶을 마감한 이후, 다른 지역에서 살던 자녀들은 4.3 관련 재심이 잇따른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한상용이 생전에 한 말을 떠올리며 한상용이 4.3 때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지역에 거주해 4.3희생자 결정 등 절차를 몰랐다고 밝힌 유족들은 한상용을 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유족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제주지법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제주지검이 반발했다. 

제주지검은 유족 진술을 100% 신뢰할 수 없고, 한상용이 4.3희생자가 아니라서 희생자 결정에 준하는 판단이 필요하며, 4.3희생자가 아니라서 4.3재심 전담재판부가 있는 제주가 아닌 원래 재판을 받았던 지역 법원에서 재심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아직까지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한상용의 경우 일반재판을 받아 4.3 재심 사각지대에 처 첫 사례다. 4.3 때 군사재판(군법회의)은 모두 제주에서 이뤄져 4.3희생자가 아닌 피해자 관할 법원도 모두 제주지법이다. 

다만, 일반재판의 경우 제주 뿐만 아니라 광주, 대구, 부산,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이뤄졌다. 4.3특별법에 따라 4.3희생자는 관할 법원이 제주지법으로 규정됐다.

아직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4.3 피해자 중 다른 지역 법원에서 일반재판을 받은 사례가 4.3재심의 ‘사각지대’인데, 한상용이 그 첫 사례다. 

검찰 항고 이후 광주고법과 대법원 모두 제주지법이 한상용 재심을 관할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2022년 10월 제주지법에 청구된 한상용 재심 사건은 1년간 돌고 돌아 광주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법과 대법원은 한상용 재심 적정성 여부가 아닌 ‘관할’ 법원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광주지법에 할당된 한상용 재심 사건도 검찰이 외면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제주지검과 마찬가지로 한상용에 대한 재심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상용이 4.3 희생자가 아닌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닌 유족들의 진술만으로 한상용이 4.3 때 피해를 겪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제주4.3 재심의 사각지대 첫 사례인 한상용 사건이 광주에서도 검찰로부터 외면받은 가운데, 관할법원인 광주지법이 심문기일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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