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백명희악어 떼처럼 몰려든 압류 청구서들을 들고체념하듯 찾은 현금인출기 앞어둡고 좁은 현실의 늪 속으로궁색하기만 한 월급 통장을 밀어 넣는다치열했던 한 달 간의 사투가세상의 언어들로 재배열되는 시간,이제 곧 잔고 0의 지뢰가 터질 텐데건조한 목소리로 종료를 알리는인출기의 화면은 표정이 없다무참하게 물어뜯긴 월급 통장과또다시 이월시켜야 하는 아이들과의 약속,습기를 머금지 못하는 바람들을영수증과 함께 버리는 월말은건기의 초원처럼 목마르다새로울 거 없는 달의 끝거리는 온통 무중력 상태비는 언제쯤 오는 것일까연체된 꿈에
무자년 시월 열 이레 달그 달은 알았을까군인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지키려 했던그 작은 마음의 끝이 죽음에 가 닿을 줄한려수도 여수 밤바다 그 바다는 알았을까가막만 돌고 돌아 애기섬으로 흘러온죽음이 죽음을 이어 죽음으로 흐른다는 걸수습되지 못한 죽음 칠십여년 건너는 동안비 내리고 바람불고 낙엽지고 눈 내리는 동안연좌제 붉은 이름에 밑줄 그어 놓을 줄-공동창작, 부분-젊은시조문학회(회장 김연미) 회원들의 아홉 번째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이 최근 발간됐다. 김미향 시인의 를 포함
제주문인협회(회장 양전형)는 2023년 ‘제주문학’ 통권 97집(겨울호)를 최근 펴냈다. 97집에는 특집 세 편과 회원들의 작품을 수록했다.먼저 동시집 ‘연이는 꼬마 해녀’로 제23회 제주문학상을 수상한 아동문학 작가 장승련의 문학과 작품 세계를 특집으로 조명했다. 여기에 제29회 제주신인문학상 당선작으로 수상한 김학수의 단편소설과 신혜은의 희곡을 실었다. 가작으로 입상한 고연옥 시, 김순희 동화, 김정희 수필도 함께 실었다. 제주 수필가 조명철의 문학을 조명하고 제주 문단을 살피는 대담도 더한다.그 외 회원 작품으로는 시, 시조,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모습을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바라본 시대증언록이 출간됐다.강창일 전 주일대사가 펴낸 ‘강창일, 격정 55년’은 ‘조작된 정치범의 시대증언록’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고등학생 신분으로 3선 개헌을 반대하다가 기소되고, 서울대학교 재학시절 독재정권에 맞선 민청학련 관련 사건으로 10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 자신과 동지들의 이야기 등 시대별로 관련된 일들을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나갔다.역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열정을 쏟
제주 작가 김윤화가 5년 만에 새 동화집을 발간했다. 무엇보다 미술을 배우는 대학생 딸과 함께 만들어 더욱 뜻 깊은 ‘개떡이, 개명하다’(한그루)이다. 이 책은 단편 동화 6편을 소개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개 도둑’은 어느 날 수상한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반려견 보름이 실종사건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담았다. 할머니와 엄마와 주인공 사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유쾌하다. 표제작인 ‘개떡이, 개명하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고민인 공희와 공희의 애착 인형 개떡이가 등장한다. 더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바꾸고 싶지만, 어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올해 신설한 ‘대한민국 그림책상’에서 제주 작가의 작품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바로 김영화의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야기꽃, 2022)이다.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을 개최했다.대한민국 그림책상은 문체부가 올해 신설한 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한 그림책을 선정하고 해외수출까지 통합 지원해 한국 그림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제정했다.지난 8월부터 접수를 받아 609편이 응모했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상 2편과
제주 작가 서안나가 새 시집 ‘애월’(여우난)을 펴냈다.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 제목을 ‘애월’로 지은 이유에 대해 “애월이 지니는 특수성과 장소성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며 “애월은 제주의 지명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거느린 곳이다. 하지만 애월은 그 아름다운 풍광 뒤편에 근대사의 비극을 흉터처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에도 제주의 4.3 사건처럼, 중국 신장 지역의 포로수용소,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 10.26 참사 등, 전쟁과 인권 유린과 양민 학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 사람들의
AI도 시와 소설을 쓰는 시대, 아무 데나 돌 하나를 던지면 머리에 맞는 것이 문학인일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씁쓸한 요즘이다. 그런데도 ‘종이책 문화’와 멀어지는 현실을 생각할 때 꾸준히 발간되는 문학지가 있다면 그 존재를 가벼이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의 메마른 마음밭을 갈아엎을 ‘혜향문학 21호’가 발간됐다. 제주 불자 문인(文人)들이 시와 수필, 소설, 평론 등을 통해 혜향(慧香)을 나누는 문학지 ‘혜향문학’은 지난 2013년 9월 창간된 이후 혜향문학회(회장 오영호)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적으로 발간해온 순수 문학
“2001년 7월 14일 장맛비로 세상이 무겁게 젖은 날,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했다.”- ‘제주를 품은 창’ 중에서제주 화가 김품창이 22년 간의 제주 생활을 솔직하게 에세이 책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 자전 에세이 ‘제주를 품은 창’(책과 그대 꽃처럼 필 무렵)에서, 김품창은 복잡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22년 전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부터 어엿한 작가로 자리 잡은 오늘날까지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담백하게 이야기 한다.김품창은 친척이나 지인이 아무도 살지 않았던 제주에서 멀미가 날 만큼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그림을 그렸지만,
제주 작가 김순남이 새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도서출판 각)을 발표했다.이 책은 저자의 다섯 번째 시집이면서 무려 12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시 60편을 실었다.출판사는 새 책에 대해 “확실히 시인은 들꽃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시인은 들꽃처럼 결코 도드라져 보이지 않으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단단함이 들꽃의 생명력을 닮았다”면서 “시집은 164쪽라는 시집으로는 꽤 묵직한 두께에 컬러 들꽃사진들이 시들 사이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시와 관련이 있는 들꽃 사진들이다. 시와 함께 시각적 호사마저 즐기게 해
제주 작가 김정미는 최근 제주어 시집 ‘맵지롱헌 깜냥놀이’(열림문화)를 펴냈다.출판사에 따르면, 김정미 시인은 제주어로 엮은 시집을 통해, 제주어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말들을 보다 많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어머니와 관련된 시어는 애잔한 어머니의 그리움이 울림으로 안겨주기도 하고, 시인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제주어로 된 시어는 일상의 노곤함을 달래주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김정미 시인은 콩나물, 옥수수 팝콘, 오래된 벽지, 팔운석, 부침개, 막걸리, 참깨 등 모어의 기억에서 시상을 찾아낸다.양영길 문학박사는 서평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사장 이진호, 모음재단)은 과학교양서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교보문고)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모음재단이 제주 오름의 가치 보전을 위해 지원한 연구 내용이 담긴 과학교양서다. 제주 어승생오름에 관한 인문·생태학적 정보들을 전달한다.연구 기간 동안 지질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여행작가는 어승생오름에 직접 오르며 경험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또한 문헌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을 자세히 설명한다. 오름 모습을 웅장하고도 섬세하게 포착해낸 사진 36장과 세밀화 29점도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회에 걸친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제주 출판사 한그루는 최근 ‘제주4.3 평화문학상 수상시집’을 발간했다. 이 시집은 제1회(2013)부터 제11회(2023)까지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과 당선 소감, 심사평을 함께 수록했다.특히, 공개된 당선작 외에 응모작 중 7편을 함께 소개하면서 당선 작가의 시 세계를 보다 폭넓게 소개한다. ▲현택훈 ▲박은영 ▲최은묵 ▲김산 ▲박재우 ▲정찬일 ▲김병심 ▲변희수 ▲김형로 ▲유수진 ▲한승엽 시인의 작품이 담겨 있다.한그루는 “
제주 극작가 장일홍이 새 희곡집 ‘매국노’(평민사)를 발간했다.다섯 편의 희곡 작품을 수록한 새 책에서, 저자는 표제작 ‘매국노’를 통해 일제 합병 직전의 대한제국을 소재로 다뤘다. 1882년부터 1919년까지 대한제국 말기를 주요 인물들과 함께 보여준다.특히, 을사오적의 한 명으로 대표적 친일(親日)반민족행위자인 대한제국 관료 ‘이완용’을 재해석하는 시도에 나서 눈길을 끈다. 열강이 득세했던 혼돈의 한반도에서 ‘악역을 자처한 인물’이라는 일각의 평가를 염두한 창작 시도로 읽힌다.저자는 이완용을 친일적 성향이긴 하나 “을사조약을 맺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 ‘마을공동목장’을 지켜온 한 조합장이 자신의 삶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1987년부터 1995년까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조합장을 맡은 김세호 씨 이야기다. 지난해 4월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을 탐방한 바 있다. 고성리목장은 약 122만 3140㎡(37만여 평)의 부
제주 시인 나기철은 최근 새 시집 ‘담록빛 물방울’(서정시학)을 펴냈다.본인의 일곱 번째 시집에서 저자는 4부에 걸쳐 시 작품 50여편을 실었다.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제주시청 건널목에서, 평화양로원에서,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자신만의 감성과 언어로 풀어낸다.어머니나기철초겨울 밤시청 앞 건널목가로등 옆늙지 않은 여자검정 비닐에 싼밀감, 바나나 네 묶음앞에 앉아몰래 울고 있다밀감, 만 원 내미니오천 원이라며바꿔오겠다고일어서려 한다쑥부쟁이 하나피었다늙은 병사의 말― 양동윤나기철이윽고 캄캄해진 구제주버스 정류장 앞에서 만났
제주 작가 손민석은 최근 장편 소설 ‘들개의 숲’(한그루)을 발간했다.이 책은 인간에 의해 버려진 개, 일명 들개를 주인공으로 한다. 주인공 격인 ‘밭’은 노루 사냥으로 무리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는 숲이 내어준 만큼,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에 대항하는 ‘곰’의 무리는 다소 폭력적이고 욕망에 물들어 있다. 인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모든 들개에게 마찬가지인 듯하지만, 이들은 반감을 넘어서 복수를, 전복을 꾀한다. 어느 날, 소중한 가족을 잃게 된 ‘밭’은 분노에 찬 채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왜 그런 거냐!
제주4.3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내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바로 양지훈 감독의 ‘포수’(2023)다. 지난 9월 21일 막을 내린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포수’는 한국 경쟁 부문 단편 대상을 수상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포수’에 대해 “제주4.3에 관한 또 하나의 귀중한 증언을 들려주는 작품”이라면서 “단편영화가 부여한 시간제한 속에서, 감독은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사건의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특히 “재기 넘치는 스타일과 유머러스한 편집, 그리고 솔직하고 소
제주 시인 김공호는 생애 두 번째 시집 ‘달’(시와정신사)을 최근 발간했다. 김공호는 총 3부에 걸쳐 시 50여편을 선보인다. 달김공호1우리가 있는 곳에 저 달은 있다1)달과나의 거리가오늘은0m이다달은 나를 보고나는 달 보며 걸어간다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한참을 서성이다가눈을 지그시 감는다그러고는앱을 닫는다2달님은 잊으려고 노력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때를신작로 너머, 신산모루2) 너머 산 너머 밝게 떠올라지나온 길을, 산들을 하나둘씩 끄집어 낸다짧았던 너와 나의 어두운 강을 비춘다온 세상에환한 달빛을 비춘다그는오늘도,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