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을 지킵시다 - 릴레이 기고] (5) 정달호 제주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 전 주이집트 대사

정체성에 걸맞지않는 각종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제주돌문화공원의 본래 조성 취지를 되돌아보게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릴레이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돌문화공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돌문화공원은 일반 문화관광시설이 결코 아닙니다.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말살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인류 본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면서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사진=비짓제주
돌문화공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돌문화공원은 일반 문화관광시설이 결코 아닙니다.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말살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인류 본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면서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사진=비짓제주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돌사모)’이 이제야 구성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모양은 갖추지 않았어도 돌사모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게 아닐까요? 돌사모가 공식적으로 결성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벌써 큰일을 이뤄 낼 수 있었던 것이 이를 말해 줍니다. 

돌문화공원이 무작정 훼손되어 왔음에 크게 우려를 가진 이들 몇몇이 지난 7월 24일 첫모임을 갖고 돌문화공원 원상회복을 위한 논의를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돌문화공원 원상회복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데에 참여하고 이어 돌사모 이름으로 돌문화공원 원상회복과 재단설립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돌사모는 돌문화공원을 아끼고 지키는 데 있어 그 결속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돌사모의 대표를 맡게 된 것도, ‘하겠다’, ‘말겠다’ 식의 밀고 당기는 과정 없이 7월 24일의 그 모임에서 즉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일찍 카톡을 열어보니 돌문화공원에 관한 멋진 글(이병철 원장)이 언론 기고문(안)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저는 이걸 언론 기고문이 아니라 돌문화공원 원상회복을 위한 성명서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문화공원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에 이어 도의회에서도 몇몇 뜻있는 의원들이 돌문화공원 훼손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오던 터라 저는 지금이야말로 제주사회에 훼손된 돌문화공원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성명서 문안을 확정해 놓고 누구 명의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존의 두 단체(설문대할망축제 추진단, 설문대국제명상원 준비위)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누군가가 나서서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모두가 이에 동의함으로써 바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돌사모)’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다른 조직은 대표가 있어 성명서 서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돌사모는 누군가가 대표로 나서야 했습니다. 서로 둘러보다가 이구동성으로 저를 지목하면서 ‘당신이 대표를 맡으시요!’라고 하기에 저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년 전에 돌문화공원 운영위원장을 맡은 적은 있지만 성취한 게 별로 없어 늘 어떤 부담감이 있었던 터라 그냥 맡겠다고 한 것입니다. 돌문화공원을 아끼고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한 몫을 하였을 것입니다. 

제주돌문화공원 ⓒ사진=비짓제주
제주돌문화공원 ⓒ사진=비짓제주

돌사모의 대표를 맡은 즉시 대표로서 성명서에 서명한 데 이어 탄원서를 내기까지 회원 확보와 서명 획득을 위해 바삐 움직였습니다. 웬만큼 서명을 받은 다음에는 직접 탄원서를 들고 도지사님을 만나야 했습니다. 도지사님께서 흔쾌히 만나 주셨고 탄원서 내용을 그대로 다 반영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만 재단 설립은 여러 가지 행정적 문제가 있어 지금으로서는 어렵지만 그 대신 돌문화공원 운영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문화공원 관리소가 임의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운영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면 돌문화공원의 운영이 다시는 공원의 설립 취지를 이탈하는 훼손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사실은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성명서 발표만으로도 돌문화공원의 원상회복과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성명서가 나오고 나서 제주 사회 전체가 돌문화공원의 훼손 실태를 알게 되었고 도정에 책임 있는 분들이 이 문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시고 방향을 잡아 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성명서를 발표한 날 제주 전 언론은 물론, 중앙 언론이 대부분 호응했고 특히 연합뉴스가 성명서의 요지를 잘 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후속조치인 탄원서 서명에도 제주 분들 못지않게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뜻 있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탄원서 서명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채 안 되어 600여 명이 서명에 힘을 보태 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언론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제주돌문화공원의 설립 취지와 공원조성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언론의 문제 제기로 우리 돌사모에게 무엇을 명하는가를 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명령에 따라 저는 이 지면을 빌어 돌문화공원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 몇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돌문화공원이 심한 훼손으로부터 조만간 원상회복이 될 것이지만 이것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제주인들이 어떻게 돌문화공원을 사랑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돌문화공원이 표방하고자 한 제주 문화의 정체성과 향토성과 예술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것이라 보면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돌문화공원과 그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적극 활용하고 ▲적극 참여하고 ▲적극 확산하고 ▲적극 홍보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돌문화공원을 지키고, 많이 사용하고 널리 알리지 않는다면 돌문화공원은 결코 살아 숨쉬는 공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돌문화공원은 원래의 취지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지금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지금의 훼손행위 같은 부당한 간섭에 의해 계속 위협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정달호 돌사모 대표, 전 주 이집트 대사 
정달호 돌사모 대표, 전 주 이집트 대사 

돌문화공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돌문화공원은 일반 문화관광시설이 결코 아닙니다.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말살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인류 본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면서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설문대할망 신화를 중심으로 제주 문화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구현한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없어져 가는 모성애를 다시 찾고 자연과 인간의 합일, 즉 생태 영성을 회복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설문대할망 신화는 나아가 인류애를 구현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룩한 사명을 품은 돌문화공원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모성애와 인류애,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는 생태 영성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런 거룩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실천방법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 정달호

전 주이집트 대사관 대사
전 돌문화공원 운영위원장
현 제주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돌사모)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