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2공항 '용역공개-장관 면담' 요구 거부...오영훈 "매우 유감" 성토

민선 6~7기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왼쪽)와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오른쪽).&nbsp;<br>
민선 6~7기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왼쪽)와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오른쪽). 

제주 제2공항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될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용역 최종 결정을 앞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도의 기본적인 면담 요청마저 끝내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장관이 전직 제주도지사로서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국토부에 따르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은 실무적인 검토를 마치고, 원희룡 장관의 최종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장관 검토를 거쳐 재추진 여부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업무보고 등의 일정으로 미뤄진다면 올해 안에 발표 여부는 불투명하다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용역은 당초 지난 6월말로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용역 세부내용 추가 검토를 이유로 결과 발표를 7월말로 미뤘고, 7월말이 도래하자 다시 10월말로 더 연장한 바 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10월 31일자로 용역을 종료한 이후에도 발표를 미적거렸다.

원 장관의 재가만을 앞둔 용역은 제2공항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될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제주 지역사회의 용역결과 공개 요구는 물론, 제주도지사의 면담 요청까지 끝끝내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오 지사는 그간 제2공항 이슈에 대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원희룡 장관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11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12월 송년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제2공항과 관련한 면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국토부 실무자에 따르면 원 장관은 제주도의 면담 요구에 대해 "면담을 위한 면담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으로 국토부 2차관이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지정해 면담을 요청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오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2024년 신규 국비 확보발굴 보고회' 자리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국토부가 제주도에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 그동안 도정질의 등을 포함해 수 차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과 면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밝혔지만 아직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원 장관의 '면담을 위한 면담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입장에 대해 오 지사는 "제주지역의 최대 갈등 사안을 두고 이 같이 표현하는 것 자체가 사안의 중대성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부가 국토부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흐름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일방적인 진행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오 지사는 "국토부 차관이 부지사를 지정해 면담을 요청하는 상황도 지자체장으로서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 지사를 직접 예방해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지사는 "제2공항은 제주도의 가장 큰 갈등 사안인 만큼 철저하게 공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주도는 올해 중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용역의 공개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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