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시-서귀포시 정수 격차 더 벌어져...획정위 “대안 없었다, 대단히 죄송”

22일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을 갖고 있는 고홍철 위원장. ⓒ제주의소리
22일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을 갖고 있는 고홍철 위원장. ⓒ제주의소리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월부터 장장 15개월에 걸쳐 진행된 선거구획정 논의 결과 기존에 갑·을로 나뉘어져 있던 일도2동 선거구의 통폐합이 결정됐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선거구획정위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고홍철, 이하 획정위)는 22일 오전 '제18차 선거구획정위 회의'를 갖고, 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안을 의결, 결과보고서를 제주도지사에 제출했다.

이날 회의에서 헌법재판소가 정한 인구편차를 넘어선 제주시 애월읍 선거구와 아라동 선거구의 분구가 결정되고, 일부 선거구의 경우 인구와 행정구역 등에 따라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쟁점은 통폐합 선거구를 어디로 결정할지였다. 앞서 국회는 제주도의원 정수 3명(지역구 2명, 비례의원 1명)을 늘려야 한다는 획정위의 요구를 뒤로하고, 2명(지역구 1명, 비례의원 1명)만을 증원하며 지역사회에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유력하게 다뤄진 대안은 인구편차에 미치지 못한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와, 분구를 위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일도2동 갑·을 선거구의 통폐합 안이었다. 인구수가 미달된 제주시 한경·추자면의 통폐합안도 또 다른 대안으로 상정되기도 했지만, 읍면지역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논의 대상에서 배제됐다.

2개안으로 좁혀진 이후에도 획정위는 난상토론을 벌였고, 끝내 최종안 도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표결에 부쳐졌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참석 위원 중 7명이 일도2동 선거구 통합안에 찬성했고, 1명은 기권, 2명은 다른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배경에는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의 통합을 단순 한 개 지역구가 아닌 서귀포시 전역의 문제로 다뤘다는데 있다. 

기존 제주도의원 지역구는 제주시 21개, 서귀포시 10개 지역구로 총 31개 지역구였다. 이중 아라동과 애월읍이 분구되면서 제주시 선거구는 총 22개로 늘었다. 이 와중에 정방·중앙·천지동을 통폐합한다면 서귀포시 지역구는 9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명문화 한 '불이익 배제 원칙'에도 위배되는 사례였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이후 서귀포시 인구수도 약 4만여명이 늘어났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정수가 되려 줄어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인 셈이다.

서귀포시 지역구 도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데 모여 정방·중앙·천지동 통폐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서귀포시 모든 시민의 관심사항이 되다보니 지역 형평성에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일도2동 갑·을 선거구의 통폐합은 세 가지 대안 중에서 소거법에 의해 두 가지 안이 사라지자 불가피하게 선택된 안이다. 실제 2021년 9월말 기준 일도2동 갑 선거구의 인구수는 1만6147명, 을 선거구는 1만6485명으로, 헌재가 제시한 인구편차 하한선을 모두 초과하고 있다. 다만, 분구를 위한 상한선(3만2353명)에 미치지 못할 뿐이었다.

선거구획정위도 일도2동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하기에 "해당 지역 주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귀포시에 선거구를 둔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귀포시 선거구 통폐합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서귀포시 지역 현행 10개 선거구 유지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에 선거구를 둔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귀포시 선거구 통폐합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서귀포시 지역 현행 10개 선거구 유지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고홍철 위원장은 회의 직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제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희생의 정도를 어떻게 하면 줄일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차선책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일도2동 지역이 아니면 통폐합을 할 곳이 없었다는 점을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번 통합되는 지역선거구의 주민대표성 약화가 보완될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인사가 비례대표로 선정될 수 있게 촉구드린다"고 전했다. 비례대표의원 정수 확대의 혜택을 누리게된 만큼 지역주민 선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다.

지난했던 활동을 마무리하는 선거구획정위는 차제에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제주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인구 증가와 도심 집중화 현상 등으로 지역별 인구편차가 커지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지역을 대표하는 도의원 정수를 제주특별법으로 정하고 있어 제주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지방선거가 있는 4년마다 도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인구증가 지역의 선거구 분구와 구도심 및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 통합 과정에서 주민 대표성 약화 논란과 지역 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고홍철 위원장은 "전쟁은 정치가 만들고 싸움은 군인들이 한다고, 부조리한 법규를 갖고 선거구획정을 하다보니 이런 결론이 났다. (국회가) 지역구 1석만 추가로 늘려줬어도 이렇게 불평불만을 가질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특별자치도의 특성이 반영된 지방선거 제도 개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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