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유·무죄를 두고 이목이 집중됐던 ‘제주 오픈카 사망사고’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된다. 1심에서 ‘살인’ 혐의만 유지한 검찰이 2심에서 ‘위험운전치사’ 혐의 추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3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심리로 A씨에 대한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됐다. 

A씨는 2019년 11월10일 오전 1시2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제주시 한림읍 귀덕초등학교 인근에서 소위 ‘오픈카’로 불리는 외제차를 운전하다 경운기와 연석 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보조석에 타고 있던 B씨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수개월간 집중치료를 받다 이듬해 8월23일 목숨을 잃었다. B씨는 당시 A씨의 연인으로, 사고 이전과 사고 당일 A씨와 B씨는 이별에 대해 대화한 바 있다. 

  경찰 의견과 달리 ‘살인’ 혐의 적용한 검찰 

당초 경찰은 B씨가 목숨을 잃기 전 ‘위험운전치상(傷)’과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관련 기록을 검토하던 검찰은 B씨가 숨지자 ‘위험운전치사(死)’ 혐의가 아닌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별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B씨에게 앙심을 품은 A씨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1심 공판 내내 검찰과 A씨 측은 ‘고의성’에 대해 다퉜지만, 1심 재판부는 결국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함께 술을 마신 A씨와 B씨를 서로 번갈아 운전대를 잡았다. 술을 마신 상태로 차를 몰던 두 사람은 각자 급가속과 급정지를 반복하기도 했다. 

사고 이전에 운전대를 잡은 A씨는 B씨에게 “안전벨트 안맸네?”라고 물었고, B씨가 “응”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좌회전해 달리던 중 해당 사고가 발생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B씨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중태에 빠졌다.   

사고 직후 A씨는 주변에 119에 신고해달라 말하고, 출동한 경찰관의 초동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할까?

지난해 12월17일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안전벨트 미착용 부분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기도 했다. 

A씨가 B씨를 고의로 살해할 의도(살인)가 있었다면 안전벨트 미착용 여부를 알려 착용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A씨의 경우 1심 내내 자신의 음주운전으로 동승자인 B씨가 사망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수차례 잘못을 인정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1심에서 A씨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에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 추가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면 재판부는 ‘살인’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위험운전치사 혐의도 함께 심리해 선고해야 한다. 

검찰은 공판 내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위험한 운전으로 동승자가 목숨을 잃은 점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음주운전만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에 따라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심리를 할 수 없으며,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면 선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심 선고 며칠 뒤인 12월22일 항소했다.

항소 이유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이다. 다만, 검찰 측은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예비적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예비 공소사실 추가를 예고한 상황이다.

오는 30일 제주지법에서 이뤄지는 첫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예비 공소사실을 추가할지, 아니면 공소사실 자체를 위험운전치사로 바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1심처럼 살인 혐의만 유지할지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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