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34) 4.3유족회 “일반재판 피해자도 직권재심 가능하도록 정치권 논의해달라” 촉구

3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4.3 관련 재심 사건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질 없는 재심 절차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4.3 관련 재심 사건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질 없는 재심 절차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당시 내란방조와 기타의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희생자 4명에 대한 특별재심에서 피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올해 3월 고태명 할아버지 등 33명의 특별재심 무죄 선고 이후 두 번째 특별재심 무죄 선고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검찰의 특별재심 항고에 대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차질 없는 재심 절차를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는 4.3 피해자 고(故) 강승하·김두창·이경원·한창석에 대한 특별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31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심은 4.3유족회 차원에서 지원·청구한 특별재심 사건이다. 

피고인들은 4.3 당시 남로당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공중 치안 질서 교란, 기밀사항 누설 등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들이다. 

망인인 강승하, 김두창, 한창석은 4.3 당시 농사를 짓다 경찰 등에게 끌려갔다. 행방불명돼 아직 시체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가 포함됐으며, 고 한창석의 경우 각종 고문에 시달린 뒤 출소했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평생을 집에서만 지냈다. 고 한창석은 경찰만 보면 식겁하는 등 불행한 삶을 보냈다. 

고 이경원 피해자는 4.3 당시 서귀포경찰서 소속 순경이었다. 1949년 근무중에 경찰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행방불명됐다. 유족들은 수십년이 지나서야 망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심 청구인들의 법률대리인 문성윤 변호사는 “구속영장 발부 등 관련 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됐으며, 애초 피고인들은 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항변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힌 뒤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통해 과거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함께 무죄를 주장함에 따라 재판부도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 직접 출석한 고 이경원의 외손자 허재성(51)씨는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 자리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 외할아버지는 25세의 나이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큰 충격을 받은 외할머니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어린 딸인 저의 어머니는 자신의 할아버지 손에서 컸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저의 어머니의 한을 풀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이 끝난 뒤 4.3유족회는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활한 재심 절차를 촉구했다. 

오임종 4.3유족회장은 “최근 특별재심에 대해 절차장 문제로 파열음이 생겼다. 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 이후 검찰이 즉시항고했고, 약 두달만에 광주고등법원에서 항고를 기각했다”며 “오랜 세월을 기다린 청구인들에게 또 다른 아픔과 좌절감을 안겨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체된 재심 절차가 신속히 재개되길 바라며, 검찰은 반면교사 삼아 이어질 재심 과정에서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당부한다. 재심은 잘못된 공권력으로 억울하게 살아 온 희생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법정 행위임을 명심해 본연의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 회장은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통해 정의로운 4.3해결을 이루고자 열망하는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재판 4.3희생자에 대한 직권재심 도입 필요성이 있다. 정치권도 심도있게 논의해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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