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형식이었느냐” 묻는 검찰 향해 변호인단 “유도신문 하지 말라” 항의

첫 공판이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첫 공판이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현직 제주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한 증인이 공식선거운동 전 오영훈 당시 제주지사 후보 캠프에서 ‘선거홍보물’을 봤다고 증언하면서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1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진재경 부장) 심리로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지사와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제주도 대외협력특보, 모 사단법인 대표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이뤄졌다.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는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자백하면서 모든 공판에 참석하진 않는다. 

이날 오영훈 당시 제주지사 후보 캠프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고발인과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 신분일 때 비서진으로 합류해 오영훈 지사 선거 캠프에서도 일한 C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고발인은 “감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 업체 대표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방법 등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단법인 측의 연락을 받아 현장에 갔다. 현장은 당시 오영훈 후보 선거캠프였고 자리마다 ‘선거홍보물’이 비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홍보물을 보고 저를 포함한 참석자 일부가 ‘선거 맞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수근거렸고, 저는 항의하면서 밖으로 나와 선관위에 신고했다. 평소 ‘교육’이라고 표현하는데, 선거캠프 사무실은 우리가 수업을 들을만한 장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영훈 측 변호인은 선거홍보물이 맞느냐고 집중 질의했다. 

최초 고발인이 선거홍보물을 봤다고 한 시기는 20개 상장기업 육성·유치 협약식이 진행된 2022년 5월16일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3일 전이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아닐 때 유권자들에게 선거 관련 홍보물을 배포하는 행위 등은 관련 법으로 제한돼 있다.

오영훈 지사의 변호인단은 “선거 홍보물이 맞느냐”, “선거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뭐라고 적혀 있었느냐”, “선거나 후보 등 특정 단어가 있었느냐”, “크기는 어땠느냐”, “어떤 재질이었나” 등의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고발인은 “1년전에 본 것을 어떻게 상세히 기억하느냐. 눈으로 직접 본 것을 말했을 뿐이고, 누가 봐도 선거 관련 내용이었다. 종이로 된 선거홍보물이었다는 기억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검찰이 증인에게 오영훈 지사의 공약 등이 적힌 문서를 보여주면서 “증인이 봤다고 한 종이가 이런 형식이었느냐”고 묻자 오영훈 지사의 변호인은 “유도신문에 해당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검찰은 “유도신문이 아니라 형식이 비슷한지 물었을 뿐”이라고 맞받아치자 오영훈 지사 변호인 측이 “형사소송법에 유도신문을 금지한다고 명확히 나와있다”며 서로 언성을 높였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재판부는 “유도신문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형식이 비슷했는지 정도의 질문까지만 허가하겠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뒤 이어 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도 검찰와 변호인단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비서진으로 합류해 오영훈 지사 선거 캠프 등에서 일한 C씨는 공보 업무를 맡아 캠프의 보도자료 등을 언론에 배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오영훈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지지 선언문 발표 등의 과정에 오영훈 캠프가 적극 개입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적용한 상태며, 오영훈 지사 측은 깊이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오영훈 캠프와 연관된 각 단체의 지지 선언은 일상적인 지지 선언과 다르다. 단체 스스로 의견을 모아 자신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선언해야 하지만, 캠프를 통해 지지 선언문 등이 언론에 배포되거나 그렇진 않다. 피고인 측도 지지선언문을 수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지지 선언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선거에서 이뤄진다. 지지선언문 대부분은 대동소이하다. 단체들도 어떤 후보가 자신들에게 도움된다고 생각해 지지를 선언하는 것 아닌가. 단체들은 자신들이 지지한다는 사실을 각 선거 캠프에 알리려 한다. 오영훈 캠프는 최소한의 감사 표시로 문맥이나 오탈자 정도 수정해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이번 공판에서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지만, 양측의 증인신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영상 2개 재생과 증인 2명의 신문으로만 재판 4시간을 넘겼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신문하지 못한 증인 2명을 추후 다시 부르기로 했다. 

다음 공판에서는 오영훈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 보육계 D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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