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특별청약 첫날 ‘북새통’...명함엔 버젓이 ‘분양권 매매’, 공무원은 콧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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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특별공급 청약 접수가 진행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 견본주택. 접수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 제주의소리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꾸준히 인파가 몰린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 특별공급 청약 접수 당일에도 견본주택은 북새통을 이뤘다.

하나자산신탁(대표 이창희, 당초 디알엠시티)은 9일 오전 10시부터 제주 꿈에그린 A2블록, A3블록에 대한 특별공급 접수를 진행했다. 기관추천,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부양 등의 특별공급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접수다. 이들 특별공급 물량은 총 151세대다.

문이 열리기 2시간여 전부터 견본주택 앞에는 줄이 생겼다. 출입문 오픈 직전에는 건물을 한 바퀴 감쌀 정도로 행렬이 길어졌다. 치열한 경쟁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접수를 위해 견본주택을 찾은 박모(65.여)씨는 “접수를 했지만 당첨이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면서 “살 집을 찾는 제주도민도 있겠지만, 소위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세력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접수를 마친 한 젊은 부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제주도에 괜찮은 대단위 아파트가 없어서 사람들이 이렇게 몰린 것이 아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은정(42.여)씨는 “경쟁률이 너무 높을 것 같다. 일단 대단위 브랜드 아파트가 부족한 탓으로 생각된다”며 “무주택자면 몰라도 집 있는 사람들은 프리미엄을 노리고 몰려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지역이 타 지역보다 소득은 낮은데 집값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그런데 이 곳의 분양가가 (도심지 도시개발지구 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사람들이 몰릴 것 같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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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특별공급 청약 접수가 진행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 견본주택. 접수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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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특별공급 청약 접수가 진행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 견본주택. 접수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 제주의소리

첨단과기단지 내 입주기업 종사자 특별공급 295세대에 대한 접수는 9일과 10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10일에는 일반 특별공급(오후2시)과 입주기업 종사자 특별공급(오후5시) 결과가 발표된다. 1순위 일반청약접수는 11일, 2순위 일반청약접수는 12일이다. 당첨자발표는 18일이다. 계약은 23~25일 진행된다. 일반공급 물량은 144세대다.

임대공급되는 A3블록 169세대에 대한 청약접수는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고, 당첨자 발표는 27일이다. 계약은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된다.

전용면적 85㎡ 이하는 가점제 40%, 85㎡ 초과는 100% 추첨제다. 제주 꿈에그린은 제주시 월평동 첨단과기단지 A2, A3블록에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 32동, 759세대 규모로 들어선다. 전용면적은 84∼197㎡다.

분양가는 A2블록 410세대는 3.3㎡당 869만8000원, A3블록 180세대는 3.3㎡당 869만6000원이다. 이에 따라 공급면적(전용면적+공용면적)에 따른 총 분양가는 2억8900만원대에서 3억8800만원대가 된다.

장우성 분양소장은 “특별공급에 대한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부동산투기대책본부 운영을 강화해 입주자 모집 후 프리미엄을 노린 전매행위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주택법 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계약 후 1년 내에는 전매가 불가능하다.

이를 어기고 전매를 하거나 전매를 알선하다 적발될 경우 주택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매를 알선한 공인중개사는 자격정지, 등록취소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계약취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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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꿈에그린 특별청약 접수일인 9일 견본주택 현장에서 기자가 받은 명함들. 명함에는 버젓이 '분양권 매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제주의소리

그러나 이미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날 접수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명함 공세’가 이어졌다. 명함에는 큼지막하게 ‘분양권 투자상담’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버젓이 ‘분양권 매매’라고 적힌 명함도 있었다. 부동산컨설팅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은 사람들을 붙잡고 명함을 건네주며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럼에도 ‘강력 단속’을 예고한 당국은 미온적이다. 현장에 단속 공무원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계약 며칠 뒤 서류를 통해 확인해보면 전매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당사자 이름이 있는 서류를 없앨 순 없지 않겠냐”면서 “당첨자 발표일 등 특정 시기에 현장에 인력을 투입해 단속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좌광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불법전매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단속을 벌어야 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꼴”이라며 “분양권 매매는 은밀하게 이뤄져 단순히 서류상으로 적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수방관하면 과연 적발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권 매매로 피해를 보게되는 건 결국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이라며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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